매출 5조원 낮지만 영업익 6천억원 높아…프리미엄 제품 등 강점전고체배터리 양산 시기 명암 갈릴 듯…5년 내 양산 시기상조 평가도꿈의 배터리 쓸만한 기술 없어…양산 후에도 시행착오 시간 소요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삼성SDI(006400)가 매출 규모보다 이익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국내 배터리사 매출 1위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LG엔솔)보다 48.96% 높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익성 중심의 사업 진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수익성 중심 사업 구조는 전고체배터리 양산 시기에 따라 지속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전고체배터리 양산은 계획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수원에 위치한 SDI연구소 내에 약 2000평 규모의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S라인)을 착공했다.(사진=삼성SDI)
31일 삼성SDI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연결기준(잠정) 매출액 20조1240억원, 영업이익 1조8080억원으로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중 매출액의 87.3%, 영업이익의 69.3%를 차지하는 것이 전기차용 배터리로 주로 판매되는 중대형전지(에너지저장장치, ESS)에서 발생했다.
글로벌적인 경기침체로 전기차 수요둔화 우려에도 프리미엄 제품인 젠5를 중심으로 매출이 늘고, 세계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ESS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특히 전기차 부문에서는 피아트 500e(순수 전기자동차), BMW i3(순수 전기자동차), BMW i8(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고급형 자동차에만 배터리를 탑재해 수익률이 높았다.
실제 삼성SDI은 수익성 중심 수주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적게 팔아도 마진은 확실히 남기는 수주를 하는 것이다. 덕분에 지난해 연간(잠정)실적에서 국내 배터리 3사 중 글로벌 점유율 1위인 LG엔솔 보다 수익성이 높았다. LG엔솔은 지난해 25조5986억원의 매출을 올려 삼성SDI보다 5조원 이상 많이 벌었지만, 영업이익(1조2137억원)은 오히려 5943억원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2027년까지 ‘전고체배터리’ 양산을 예고해 수익성 확대 기대감을 높였다. 전고체배터리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 전해질을 고체로 만들어 배터리 안전성을 높여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아직 어떤 기업도 양산화에 성공하지 못한 가운데 성공하면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화재에 취약한 전기차의 안전성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고급차 시장 규모는 약 600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안전성 높은 전고체배터리를 개발만 한다면 세계 유수의 완성차 기업들을 고객사로 거느리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삼성SDI는 전고체 파일럿 라인(S라인)을 지난해 경기도 수원에 착공했고, 올해 상반기 중 준공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소형 샘플셀을 제작해 성능, 소재, 부품, 공법 테스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해 2027년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향후 셀 대형화와 생산기술 확보로 기술도 검증할 예정이다.
컨퍼런스콜에서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다수 완성차업체들과 (전고체배터리와 관련해) 협력을 논의 중으로 추후 부품, 소재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SCM(공급망 관리)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작업도 병행할 것”이라며 “파일럿 라인 가동을 기점으로 개발 속도를 높여 양산 시기도 앞당기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배터리업계 전망은 냉정하다. 안전성이 확보된 전고체배터리 기술은 발견하기 힘들며 5년 안에 상용화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배터리업계 한 전문가는 “삼원계(NCM) 배터리도 양산 후 불이 나는 등 여러 가지 애로를 겪었다”라며 “전고체배터리를 5년 뒤 양산한다 해도 시행착오 잡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안전한 운행을 장담하는 전고체배터리 기술이 발견된 바 없다”라며 “아직 한해 한해 실험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단계”라며 전고체배터리 양산화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어 “다만 원통형 배터리가 (배터리끼리 면접촉을 하는) 파우치형이나 각형보다는 공기가 흐르고 냉각수가 지나갈 공간이 있어 비교적 안전성이 높은 측면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