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픽싱 한도 '500원'…주가 폭락에도 투자자 손실 우려 '끄떡없어'행사 한도 60%로 설정된 콜옵션에 최대주주 측 지배력 문제 상쇄오버행 이슈 따른 주식 가치 하락 부담 온전히 '소액주주 몫'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코스피 상장사
인스코비(006490)가 2021년에 발행한 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의 매도청구권(콜옵션) 행사기한을 3개월 연장했다. 콜옵션은 주가 상승기에 유효한 전략으로 꼽히지만, 인스코비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좀처럼 행사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콜옵션 행사 가능 규모가 CB 권면총액의 60%에 달해 최대주주 측의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에도 발행사와 투자자는 윈윈하고 기존주주들만 주가 하락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스코비 본사가 위치한 금천구 한신IT타워. (사진=네이버 지도)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인스코비는 최근 31회차 CB의 콜옵션 기한을 오는 2월5일에서 5월5일로 3개월 연장했다. 해당 CB의 경우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전환청구권 효력이 시작돼 언제든 주식 전환이 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인스코비는 2021년 8월 비엔에스투자자문을 대상으로 5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바 있다. 해당 CB는 발행 직후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인수했다. 당시 전환가액은 3170원으로 전환 가능한 주식 물량은 157만7287주(발행주식총수 대비 1.46%)였다.
시장의 관심은 인스코비의 콜옵션 활용법이다. CB 발행 당시 회사 측이 투자자로부터 되살 수 있는 물량을 CB 권면총액의 60%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주가가 상승했을 때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비중이 투자자보다 발행사인 인스코비 측이 더 크다는 의미다. 만약 최대주주에게 콜옵션을 배정하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인스코비가 쥐고 있는 콜옵션 카드가 31회차 CB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는 같은 해 29회차 CB(50억원)와 30회차 CB(150억원)도 발행했다. 이들 CB 또한 각각 30%, 40%의 콜옵션 조항이 삽입됐다.
그러나 인스코비의 주가가 하락한 탓에 콜옵션 행사 여부도 묘연해졌다. 31회차 CB를 발행할 당시 4000원대였던 회사의 주가는 2021년 9월 6000원대로 치솟았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해 현재는 1000원대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이달 3일에는 52주 신저가(1275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콜옵션이 시세 상승기에 유효한 전략인 만큼 인스코비는 현재 콜옵션 활용 여부는커녕 행사자도 지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들 CB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한도가 500원으로 설정된 점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통상 리픽싱은 투자원금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투자자에겐 유리한 조항으로 꼽힌다. 전환가액이 주가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하향 조정을 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고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행사와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잠재적 매도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지분 희석’, ‘주식 가치 하락’이라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된다.
그러나 인스코비가 CB에 걸어둔 콜옵션은 전환가액 하락으로 인한 최대주주 지분희석 리스크를 상쇄하고 있다. 콜옵션 규모가 30~60%로 크게 설정됐기 때문에 아무리 전환가액이 낮아져도 인스코비의 최대주주 지배력이 약화될 일은 없다. 인스코비의 최대주주 '밀레니엄홀딩스 외 4인'는 3개 CB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통해 기존 지분율 9.3%에서 15.4%까지 6%포인트 이상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인스코비의 주가(1445원·20일 종가)와 CB의 전환가액(1400원)을 감안하면 당장 콜옵션을 행사해 시세차익까지 거둘 수 있는 상황이다.
인스코비는 일찌감치 CB 규정을 손봤다. 현행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에 따르면 CB 발행 목적이 차입금 상환이나 구조조정이 아닐 경우 전환가액은 최초 전환가액의 70%까지만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인스코비는 지난 2019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CB 전환가액을 액면가인 500원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발행 당시 3000원대였던 CB의 전환가액이 현재 1400원대로 낮춰질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특히 3개 CB는 모두 2021년 12월 증발공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발행됐기 때문에 강화된 메자닌 발행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다. 향후 인스코비의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전환가액 상향 조정 의무가 없는 것이다. 인스코비는 개정안 시행 이후로는 단 한 차례의 CB도 추가 발행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기존주주들만 부담을 떠안게 된 모양새다. CB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픽싱 한도가 500원으로 설정돼 주가가 아무리 하락해도 손해를 보지 않고, 인스코비로서는 리픽싱에 따라 오버행 이슈가 부각되더라도 최대 60% 규모의 콜옵션으로 인해 최대주주 지배력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버행으로 인한 주식 가치 희석 부담을 온전히 기존 소액주주들이 짊어져야 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인스코비에 콜옵션 활용 계획에 대해 묻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