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최대급 실적이 전망되는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올해에도 안정적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들은 각각 AI(인공지능), 플랫폼, 콘텐츠가 주축이 되는 디지털 신사업을 확산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IB토마토>는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미래 성장 동력과 올해 경영전략에 대해 알아봤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SK텔레콤(017670)이 AI(인공지능) 컴퍼니 도약을 제시한 가운데 지분투자 등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올해를 AI 중심의 사업 체질 개선 원년으로 삼고, 개인화 AI 서비스인 ‘에이닷(A.)’ 등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겠단 계획이다. 특히 국내외 업무협력을 통해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고,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시너지를 높여 신사업 역량을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AI 솔루션 기업인 코난테크놀로지에 224억원을 투자해 지분 20.77%를 확보했다. 해당 투자로 SK텔레콤은 2대 주주로 올라섰고, 이후 양승현 코난테크놀로지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AIX 담당으로 영입했다. 이 밖에도 SK텔레콤은 기술확보 목적을 위해 달리웍스·시그폭스(사물인터넷), 인공지능연구원(AI), 씨메스(AI·로봇), 모프인터랙티브(3D 그래픽) 등에 지분을 보유하고, 사업 협력 등을 진행하고 있다. 씨메스의 경우 지난해 3월 1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업무협약을 약속하며 AI·로봇 물류 분야 진출 계획을 밝혔다.
SK텔레콤은 일찌감치 조직개편을 통해 AI 컴퍼니 도약 기반을 마련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21년 비통신부문을 나눠 투자 사업을 총괄하는 SK스퀘어를 설립했다. 당시 SK텔레콤은 고객·기술·서비스로 나뉘는 3대 키워드를 기반으로 기존 사업을 △유무선 통신 △미디어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아이버스(AIVERSE) △커넥티드 인텔리전스(Connected Intelligence) 등의 5대 사업부로 재편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이 5대 사업부를 AI 3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재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유무선 통신과 미디어, 클라우드 등 기존 핵심 사업을 AI와 접목하고, 고객 서비스 전 과정에 AI를 적용하는 ‘AI MNO’를 선보인다. 또 부족한 콘텐츠 역량을 키우고자 현재 IPTV, 채널, T커머스로 나뉘어 있는 미디어 자산을 통합해 AI 미디어 플레이어를 출시한다.
이밖에도 ‘에이닷’, ‘이프랜드(ifland)’, T우주‘ 등의 AI 기반 서비스의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한편, 제조 영역에서도 로봇·AI 등을 통해 생산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헬스케어 영역에서 엑스칼리버(X-Caliber) 같은 AI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다양한 AIX 사례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국내외 협력을 확대해 AI 기술력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유영상 대표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3에 참석해 해외 AI 기업들을 만나며 기술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특히 미국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인 팬텀AI, 대화형 AI 캐릭터 개발 기업인 인월드 관계자를 각각 만나 AI 기반 자율주행 솔루션, AI 캐릭터 생성 기술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중 SK텔레콤이 2021년 시리즈A에 참여하며 투자를 진행한 바 있는 인월드는 향후 SK텔레콤이 보유한 ‘에이닷’, ‘이프랜드’ 등 서비스와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유영상 사장(가운데)이 미국 빅데이터 분석기업 팔란티어(Palantir) 전시관을 둘러보는 모습(사진=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또한 AI 컴퍼니 도약을 위해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유영상 대표가 올해부터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를 함께 이끌게 되면서 사업 협력 확대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미디어 사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 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의 플랫폼의 핵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오디오 전문 기업인 뱅앤올룹순과 협업해 사운드바 ‘AI 사운드 맥스’를 선보였고, 지난해 4월에도 코딩로봇 상품인 ‘알버트 AI 홈’을 출시하는 등 AI 사업 역량도 키우고 있다.
업계는 SK텔레콤이 신사업 성공을 기반으로 1위 사업자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5G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정부 정책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 규모가 축소된 상태다. 실제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2015년 연간 약 1조7080억원에 달했지만, 2017년 1조5366억원, 2019년에는 1조387억원까지 감소했다. 최근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효과로 영업이익이 개선되고 있지만, 2021년 연간 1조3872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며 아직까지 과거 대비 악화된 이익창출 규모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최근 알뜰폰(MONO)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공고했던 SK텔레콤의 입지도 위협받고 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의 무선통신 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40%가 깨지고, 39.9%를 기록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AI 컴퍼니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SK텔레콤만의 방식을 추진하며 사업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구체적으론 핵심 경쟁력(Core Biz)을 AI로 재정의하고, AI 서비스로 고객 관계를 혁신하는 한편, 다른 산업을 AI로 전환(AIX)하는 등의 사업 재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