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롯데건설은 최근 메리츠금융그룹과 투자협약 체결을 통해 1조5000억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번 투자협약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롯데건설이 보증하는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등의 채권 매입과 관련된 것이다. 그러나 롯데건설의 전체 우발채무 규모를 고려했을 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12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롯데건설은 이번 투자협약으로 단기적인 차환 위험은 해소했으나, 나머지 우발채무에 대한 차환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협약 체결에 따라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에서 9000억원을 선순위로 대출하고,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004000)이 3000억원, 롯데물산과 호텔롯데가 각각 1500억원씩 후순위로 대출하는 방식이다. 선순위 대출과 관련해 롯데물산과 호텔롯데는 원리금 전액 상환 시까지 중첩적 이자자금보충 의무를 부담한다.
유동화 대상 자산은 롯데건설이 신용보강한 사업장별 유동화증권이며, 이번 투자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 이를 인수할 예정이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경색으로 건설사가 보증한 PF 유동화증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차환의 불확실성이 확대됐으며, 특히 우발채무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롯데건설의 경우 이로 인한 유동성 위험이 크게 부각됐다.
이에 롯데건설은 계열사로부터 1조78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및 차입지원에 더불어 자체적으로는 금융권으로부터 1조4041억원을 차입하는 등 총 2조4823억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건설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8000억원에서 12월 약 3조8000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다만 롯데건설은 롯데정밀화학과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빌린 3000억원과 1000억원을 각각 조기 상환했으며,
롯데케미칼(011170)로부터 대여한 5000억원도 지난 6일 모두 상환했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투자로 1조5000억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단기 유동성 대응능력을 갖춘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연대보증 및 자금보충) 중 올해 1분기 3조4934억원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었으나, 인수대상 우발채무의 만기가 14개월로 장기화되면서 단기적인 차환 부담도 완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롯데건설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PF 우발채무(연대보증 및 자금보충) 규모는 6조9775억원으로, 자본완충력 대비 과중한 수준이다. 이번 인수대상인 1조5000억원 규모의 우발채무에 대한 단기적인 차환 위험은 해소됐으나, 금융경색 상황 및 부정적인 부동산 업황으로 인해 나머지 우발채무에 대한 차환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권준성 나신평 선임연구원은 "우발채무 부담의 궁극적인 해소를 위해서는 사업장별 수익성 확보와 원활한 사업 진행이 필요하다"라며 "최근 정부의 규제 완화 등 부동산 업황에 긍정적인 요인이 발생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건설원가 상승,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 부동산 수요 위축에 따른 분양가 하락 및 미분양 위험 증가 등 여전히 부정적인 요인의 영향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