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KB라이프생명이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 통합으로 새롭게 출범한 가운데 올해 수익성 개선의 관건으로 사업비 관리가 꼽힌다. 재무적으로 우수한 푸르덴셜생명과 달리 KB생명은 적자가 지속된 탓에 통합 후 합산이익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적자 원인인 신계약비와 함께 합병 후 발생하는 통합비용도 수익성에서 핵심 사안으로 언급되는데,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효과와 KB라이프생명의 영업채널 구조를 고려하면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11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의 수익성 지표 단순합산 추정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당기순이익 1308억원, 총자산순이익률(ROA) 0.51%, 자기자본이익률(ROE) 7.13%다. 해당 지표 모두 푸르덴셜생명보다 수치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수익성 전망도 안갯속인데 그동안 푸르덴셜생명이 양호한 순이익을 기록한 반면 KB생명은 적자 규모가 커지는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이익 규모가 2020년 2278억원, 2021년 2250억원 수준이었고 지난해 3분기 누적은 1828억원이다. 같은 기간 KB생명은 –232억원, -466억원, -519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삼원차 이익 측면에서 푸르덴셜생명은 보장성보험(종신보험) 중심 구조로 높은 위험률차 이익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KB생명은 이차익 마진이 발생하나 위험률차익 규모가 작고 영업 확장으로 인한 사업비(신계약비) 부담이 따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KB생명은 저축성보험 위주의 보험영업 구조를 개선하고 외형을 확장하기 위해 보장성보험 영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했고 해당 부문에서 인식하는 비용도 그만큼 증가했다. KB생명의 보험영업 포트폴리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입보험료 1조8930억원 가운데 저축성보험이 1조1786억원으로 62.3%에 달한다.
사업비 규모는 △2019년 832억원 △2020년 1564억원 △2021년 1962억원 △2022년 3분기 1657억원으로 확인된다. 사업비는 당해 사업연도 신계약비에 유지비를 더하고 이연신계약비를 감산한 것이다. 올해 회계기준이 바뀌기 전까지 사업비 인식은 신계약비를 이연한 뒤 일정 기간(최대 7년)에 걸쳐 상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신계약비상각비까지 따로 계산해야 하는데, 당해 사업연도 이전에 있던 이연계약비에서 올해 비용으로 상각한 부분과 당해 사업연도 중에서도 이연 한도를 초과하는 것에 대한 일시 상각(추가상각)이 반영된다. 해당 금액은 △2019년 1175억원 △2020년 784억원 △2021년 814억원 △2022년 3분기 702억원이다.
KB생명의 사업비 문제는 올해부터 바뀐 IFRS17 회계제도 효과로 개선이 예상된다. IFRS17에서는 사업비를 직접비와 간접비로 나누는데, 직접비는 보험계약 전 기간에 걸쳐 이연할 수 있으며 간접비는 당기 비용으로 인식한다. 보험계약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비용 적용 기간 차이에 따른 왜곡이 해소되는 것이다.
신용평가 업계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KB생명은 그간 신계약비 지출을 공격적으로 해왔고 그것이 최근 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라면서 “다만 IFRS17에서는 실제 보험계약 만기에 걸쳐서 혹은 실제 현금흐름 계획에 맞춰 비용 인식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개선되는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통합 이후 발생하는 조정비용도 올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다. 특히 양사의 IT 관련 전산을 통합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보유하고 있는 보험계약의 보증이율이나 계리적 가정 등이 시스템에 반영되는 만큼 정확성 검증에 가장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푸르덴셜생명(존속법인)이 KB생명(소멸법인)을 흡수하는 형태로 통합이 이뤄진 만큼 발생 비용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A사에서 B사로 이전하는 방식을 선택하면 비용이 많지 않을 수 있다”라면서 “푸르덴셜생명(GA)과 KB생명(방카슈랑스)은 영업 채널이 겹치지 않아 제3의 시스템으로 해도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통합으로 채널이 다양해졌고 인사도 서로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중견 수준의 보험사에 맞는 전략으로 수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자산이 35조 규모로 커진 만큼 사업비나 통합비용 관리에도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