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SK온이 포드와 준비하던 튀르키예(옛 터키) 전기차용 배터리공장 설립이 자금 등의 이유로
LG에너지솔루션(373220)(LG엔솔)에 넘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향후 미국 공장 설립까지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포드가 튀르키예 배터리공장 파트너를 SK온에서 LG엔솔로 변경하고 1월 말이나 2월 초 합작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가 SK온과 결별한 주요 이유로 투자 여력 부족과 낮은 수율이 지목되며 양사가 합작법인으로 진행하는 미국 사업에도 우려가 제기됐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앤디 베셔 켄터키 주지사가 지난달 5일(현지 시각)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기공식 중 H빔에 서명하고 있다.(사진=SK온)
지난해 3월 포드는 SK온, 튀르키예 대기업 코치(KOC)와 함께 연간 30∼45기가와트시(GWh) 규모 공장을 짓기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3사는 2025년부터 배터리 양산을 계획했다. 그러나 MOU 이후 1년 가까이 진척이 없자 최근 사업 무산 가능성이 제기됐고, 결국 사업자가 SK온에서 LG엔솔로 변경됐다.
파트너 교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SK온의 투자 여력이 지목된다. SK온은 지난해 초부터 상장 전 자금조달(프리IPO)로 4조원대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3조300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특히 모집한 투자금 중 2조원은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096770)(SK이노)의 유상증자 참여로 확정되면서 시장에서 불안감을 키웠다. 경기침체와 금리인상으로 투자에 차질이 빚어지며 SK온 성장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SK온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튀르키예 배터리공장 건설이) 답보 상태인 것은 맞지만 투자금 문제만은 아니다. 현재 자금 문제가 없는 회사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MOU 이후 사업이 지체된다면) 자금조달이 충분히 되지 않은 부분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수율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답했다.
사정이 이렇자 SK온과 포드의 미국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사업 진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SK온이 프리IPO와 유상증자로 3조3000억원을 조달했으나, 이는 지난해 초 예상한 4조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으로 자금 여유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상 합작공장을 만들 때 배터리사와 완성차사는 자금을 반반씩 담당한다. SK온과 포드도 각각 5조1000억원씩 총 10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에서 합작공장을 3개 짓기로 했다.
다만 보조금도 반으로 수령하기 때문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5조1000억원 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블루오벌SK는 지난해 말 미국에서 5조원 규모 첨단기술차량제조 대출 프로그램(ATVM)이라는 정책자금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오벌SK의 정책자금 신청 규모는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SK온에 돌아가는 ATVM 대출 지원은 최대 2조5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자금규모는 이달 말 결정될 전망이다.
SK온이 미국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ATVM으로 최대한 지원받으면 남은 금액인 2조6000억원만 마련하면 된다. 이는 지난해 조달받은 3조3000억원보다 7000억원가량 여유 있는 수준으로 투자에는 큰 문제는 없겠지만, 문제는 지원 규모가 줄어들 경우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해외공장 설립시 해당국에서 지원받는 금액은 투자 총액의 30% 수준이다. 실제 지난달 LG엔솔과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가 ATVM으로 대출 지원받은 금액인 25억 달러(약 3조1000억원)도 향후 투자 예상 총액(72억 달러, 약 8조9300억원)의 34.7%에 해당한다.
이를 블루오벌SK에 적용하면 ATVM 대출 지원 규모는 총 3조5400억원이다. 포드와 대출 지원금을 나누어야 하므로, SK온에 돌아가는 자금은 단순 계산으로 1조7700억원에 불과해 300억원가량이 부족해진다. 무엇보다 단독으로 준비 중인 조지아 2공장과 현대차그룹과 함께하는 공장 등을 더하면 투자비는 6조~7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사진=SK온)
반면 LG엔솔은 2022년 연결기준 잠정실적이 매출액 25조5986억원에 영업이익 1조213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투자비 마련 우려는 적다. 지난해 9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88.5%에 현금및현금성자산 2조1894억원, 매출채권 5조2191억원으로 재무건전성이 높다. SK온도 2022년 3분기말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1조9396억원에 매출채권이 1조665억원을 기록하고 있지만, 영업손실이 7346억원 규모로 나타내 투자비 마련은 부담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포드가 LG엔솔로 선회한 이유 중 수율(합격품 비율) 문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통상 수율은 90% 이상이어야 안정권으로 평가된다. SK온은 지난해 3분기까지 2020년 가동을 시작한 헝가리 공장 수율이 70~80% 수준을 기록해 업계 우려를 받은 바 있다. 포드가 SK온 보다 LG엔솔의 기술적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고 볼 수도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경기침체와 금리인상으로 LG엔솔도 단독 투자하는 1조7000억원 규모 애리조나주 배터리공장 건설은 멈춘 상태”라며 “외형확장 중심 배터리사에 투자 완급조절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