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승인에도 식약처 법적 분쟁 '발목'…패소할 경우 임상 비용 '휴지'반년 후 700억원 규모 CB 풋옵션 효력…현금성자산 대비 2배 규모주가와 전환가액 괴리율 86.5%…풋옵션 행사 가능성 높아 상환 부담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보툴리눔 톡신 제조기업
제테마(216080)가 중국 임상 시험을 진행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보건당국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어, 패소할 경우 중국 임상 시험에 투입한 자금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아 쉽게 중국 임상 시험에 뛰어들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높다. 여기에 임상 도중 찾아올 미상환 전환사채(CB)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따른 유동성 경색도 불안요소다.
제테마 원주공장. (사진=제테마)
1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제테마는 지난 4일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테마더톡신주100단위(JTM201)’에 대한 임상1·2상 승인을 받았다. 임상은 1단계에서 중등도·중증 미간주름이 있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제테마더톡신 단일 투여의 내성과 안정성을 평가하고, 2단계에서 오리지널 제품인 앨러간의 ‘보톡스’와 유효성을 비교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제테마더톡신의 임상이 승인되면서 제테마의 중국 진출에도 탄력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테마는 지난 2020년 중국 화동닝보사와 약 5500억원 규모의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계약을 통해 화동닝보사는 2024년 중국 내 시판 허가를 목표로 현지 임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번 임상1·2상은 해당 계약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임상 승인에 따른 제테마의 판로 개척 기대감과는 달리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제테마더톡신을 둘러싼 보건당국과의 법적 대립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2월 제테마와
한국비엔씨(256840), 한국비엠아이 등 3개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수출용 의약품을 국가출하승인 받지 않고 국내에 판매했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에 대한 허가 취소와 함께 제조업무 정지 6개월 등의 처분을 예고했고, 이에 제테마는 법원에 ‘집행정지 잠정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이 집행정지 잠정처분을 인용하면서 당장 제조업무 정지는 피했지만, 효력정지 기간이 끝나는 오는 20일 이후 법적 대립이 재개될 예정이다. 여기서 제테마가 식약처에 패소할 경우 품목허가 취소로 인해 거대한 매출 공백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제조업무 정지에 따라 중국 임상에도 차질을 입게 된다.
시장은 제테마의 현금 여력에도 물음표를 보내고 있다. 지난 2021년 7월에 발행한 8회차 CB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효력이 6개월 뒤 나타나기 때문이다. 해당 CB의 규모는 총 700억원으로 작년 3분기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358억원)의 두배에 육박한다.
CB는 표면금리와 만기금리가 모두 제로(0)다. CB 투자자들은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에 투자한 것이다. 현재 CB의 전환가액은 리픽싱 한도인 2만6577원까지 내려왔지만, 이날 주가(1만4250원)와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풋옵션 효력 발생 이후에도 주가가 크게 상승하지 않으면 대부분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들은 CB삼성증권과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 20여개의 재무적투자자(FI)로 구성됐다.
특히 통상 임상이 1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CB 풋옵션 효력 발생에 따른 임상 자금 피해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제테마 입장에선 투자자들의 풋옵션 청구를 막기 위해 6개월 안에 주가를 전환가액인 2만6577원까지 86.5%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사실상 풋옵션 행사를 막기보단 채무상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제테마는 외부 차입을 통해 유동성 경색에 대처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제테마의 총차입금은 11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차입금의존도는 54.8%다. 일반적으로 차입금의존도가 30%를 넘어서면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제테마에 유동성 대응 방안에 대해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