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HK이노엔(195940)의 효자 상품인 '케이캡(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의 복제약(제네릭)이 특허 만료 전 시장에 쏟아져 나올것으로 예상되며 HK이노엔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천당제약이 최근 케이캡 특허 무력화 소송에 나서면서 제네릭 출시를 위한 본격 소송전이 시작될 분위기다. 특히 케이캡에 대한 PMS(시판 후 조사) 만료가 1년 반 앞으로 다가오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통상 PMS 만료 이후 제네릭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케이캡 제품 사진. (사진=HK이노엔)
케이캡 PMS 만료 D-1년 6개월…특허 분쟁 막 오르나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삼천당제약(000250)은 최근 HK이노엔을 상대로 케이캡 특허에 대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특허 무력화 소송)을 청구했다. 해당 특허는 ‘벤즈이미다졸 유도체의 신규 결정형 및 이의 제조방법(이하 결정형 특허)’으로 2036년 3월12일 만료된다. 이번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삼천당제약은 케이캡 제네릭을 조기에 출시할 수 있는 첫 단추를 맞추게 된다.
HK이노엔은 결정형 특허 외에도 2031년 8월25일 만료되는 ‘크로메인 치환된 벤즈이미다졸 및 이들의 산 펌프억제제로서의 용도(이하 물질 특허)’를 한 개 더 보유하고 있다. 경쟁사가 제네릭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결정형 특허에 이어 물질 특허에 대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청구도 진행해야 된다. 업계에서는 삼천당제약이 결정형 특허에 이어 물질 특허에 대한 심판도 청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삼천당제약을 시작으로 케이캡 특허 도전에 나서는 국내 제네릭사들이 잇따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는 케이캡의 PMS 만료일이 2024년 7월4일로 1년 반 정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PMS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시장에 출시된 의약품이 부작용 등의 문제가 나타나진 않는지 안전성·유효성을 다시 평가하는 제도다. PMS 기간이 끝나면 제네릭 품목허가 신청이 가능해진다.
통상 제네릭 출시를 준비하는 제약사들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PMS가 만료되기 1년여 전부터 특허 무효화에 도전한다. 특허 소송에서 소요되는 시간이 약 1년 정도인 점을 감안해서다. 케이캡의 PMS 만료 직후 곧바로 제네릭을 출시하려는 제약사들 입장에선 슬슬 특허 도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케이캡을 둘러싼 HK이노엔과 제네릭사 간의 특허 공방전이 조만간 시작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효자 노릇 톡톡히 한 케이캡…수요 하락 대응책은?
케이캡은 HK이노엔의 전신인 CJ헬스케어가 지난 2010년 일본 연구개발벤처기업인 라퀄리아로부터 초기물질 형태로 도입해 개발한 P-CAB 계열의 위식도역류성질환 치료제다.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보다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고 복용 편의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CJ헬스케어가
한국콜마(161890)에 인수돼 HK이노엔으로 출범한 이후 2019년 케이캡이란 정식 명칭으로 출시하며 국산 30호 신약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케이캡은 HK이노엔의 실적에 있어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기준 원외처방액이 2021년에만 1096억원을 기록했다. 출시 이후 3년 만에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단일 품목으로는 국내 제약업계 최초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7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6302억원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 11.7%를 차지하는 규모다.
시장성이 높은 만큼 제약업계에서는 일찌감치 케이캡 제네릭 출시를 노리는 특허 도전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본격적인 제네릭이 출시되면 케이캡의 매출 하락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도 지배적이었다.
HK이노엔이 대비해야 할 것은 케이캡 제네릭뿐만이 아니다. 제네릭 외에도 케이캡과 동일한 P-CAB 계열 위식도역류성질환 치료제가 얼마든지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웅제약(069620)은 지난 7월 ‘펙수클루(펙수프라잔)’을 출시해 3분기 45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제일약품(271980)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와
일동제약(249420)이 각각 임상3상과 1상을 진행하며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HK이노엔도 케이캡의 PMS 만료가 다가오며 본격적인 대비 태세에 들어간 모습이다. 먼저 HK이노엔은 작년에만 중국과 몽골,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케이캡에 대한 품목허가를 받았다. 중국의 경우 올 초 보험급여 등재를 앞두면서 로열티 매출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2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3상도 진행 중이다. 2023년 임상을 끝내고 2025년에는 출시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의 계획이다.
HK이노엔은 기존 케이캡보다 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케이캡25mg을 이날 출시하기도 했다. 7월 품목허가를 받았으며, 지난 1일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이로써 HK이노엔은 케이캡25mg과 케이캡50mg, 케이캡구강붕해정50mg을 보유하게 됐는데, 이는 제형과 용량을 다양화해 자사 제품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케이캡의 매출을 확대해가면서도 후발주자로부터의 특허 장벽 방어를 동시에 구축하겠다는 것이 HK이노엔의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특허 방어 계획을 정확히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1000억원대 제품인 만큼 철저한 대비를 준비 중이다”라며 “또 해외 판로를 확대해 매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의 경우 아직 각국에서 약가를 등재하는 초입 단계지만, 올해 안에 본격적으로 판매수익이 매출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