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가운데 신사업에도 과감하게 투자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주도로 ‘뉴 삼성’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스타트업 육성·지원 조직을 운영하는 한편, 전문 투자 자회사를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IB토마토>는 삼성전자가 투자하는 스타트업을 살펴보고, 삼성전자의 미래 사업 동력을 분석해 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일찌감치 점 찍은 협력사인
어보브반도체(102120)가 국내 반도체 시장의 다크호스로 자리 잡았다. 최근 삼성전자는 펀드를 통해 어보브반도체를 지원하면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팹리스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을 내비쳤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비메모리 육성에 나선 가운데 어보브반도체를 통해 경쟁력 확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모인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어보브반도체는 올해 8월 SVIC 56호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3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투자조합은 삼성전자가 DX(Device eXperience, 과거 SET 사업부)사업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결성한 펀드로 삼성전자가 594억원, 삼성벤처투자가 6억원을 각각 출자했고, 대표 주주는 삼성벤처투자로 구성돼 있으며 총 32만1100주를 취득해 1.8% 지분을 확보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어보브반도체는 설립 직후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협력사로 고속성장하며 200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팹리스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 기업인 어보브반도체는 삼성전자에 가전제품, 핸드폰 등에 들어가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는 삼성전자 냉장고 ‘지펠’ 공급을 시작하며 스마트홈 사업의 컨트롤러 역할을 수행했다. 어보브반도체의 주력 제품은 MCU(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으로 전자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어보브반도체는 가전에 강점을 갖고 있고, 최근 차량용 MCU와 사물인터넷(IoT) MCU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신 성장 동력을 모색 중이다.
이번 삼성전자 투자는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핵심 사업 강화 의지가 엿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글로벌 최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수익성을 이끌어 온 제품이 메모리 반도체인 D램, 낸드플래시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중 30% 미만을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MCU는 국내 기업의 사업 진출 속도가 부진하다.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고부가가치 상품 대비 가격 자체가 낮아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MCU 시장 규모는 2020년 380억달러에서 2026년 676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회장 역시 비메모리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 과련 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전경(사진=삼성전자)
실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그간 관심을 두지 않던 MCU 사업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글로벌 MCU 시장의 절대 강자인 대만 TSMC와 격차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가전용 MCU가 주력인 어보브반도체 외에도 차량용 MCU를 양산하는
텔레칩스(054450)와도 수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MCU 업계 1위인 네덜란드 NXP에 M&A(인수·합병)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향후 어보브반도체의 가전, 모바일용 MCU 업무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0년 MCU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가 사업 육성 의지를 밝혔고, 어보브반도체 역시 마찬가지다. 유상증자 대금으로 사물인터넷(IoT)·센서 응용 MCU 연구개발(R&D)에 뛰어든 어보브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가전 사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3분기 메모리 제품 가격 급락과 마케팅 비용 증가 영향으로 DS(반도체)와 MX(모바일경험) 분야에서 전 분기 대비 수익성이 급감했다”라며 “향후 삼성전자의 성적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을 비롯해 파운드리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보브반도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삼성전자는 어보브반도체의 주요 고객사이며 이번 제3자배정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스마트가전에 들어갈 칩을 연구개발하고자 지속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라며 “가전업체들의 수요가 IoT 칩으로 확장되면서 관련 협력, 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향후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등의 제품에 부합할 수 있는 MCU를 개발해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