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롯데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와 관련해 미착공 현장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위험요소를 안고 있지만, 실질적인 악영향은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미착공 현장 중 절반가량이 인기가 높은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상대적으로 무리 없이 분양 시기를 조정해 착공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기업평가(034950)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롯데건설의 PF 신용보강 금액은 총 5조7880억원으로, 국내 건설사 중 가장 큰 액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미착공 현장과 관련된 금액은 전체의 75.4%를 차지하는 4조364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미 착공한 사업장보다 미착공 현장의 PF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미착공 사업의 경우 인허가 지연, 공사비 및 금융비용 상승 등의 요인으로 사업이 PF 대출 만기 도래일까지 지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착공한 경우에는 분양대금 등을 통해 자금을 충당해 PF 대출 만기 등에 대응할 수 있지만, 미착공 현장의 경우 유입될 자금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미착공 기간이 길어져 PF 대출 만기가 도래했는데, 시행사 등의 자금 여력이 없으면 신용보강을 제공한 건설사의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건설의 미착공 현장 입지를 살펴보면 '위험지역' 분포도가 낮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세종, 인천, 대구, 경주, 대전, 울산, 포항 등을 아파트 신규 분양 위험지역으로 분류한 바 있다.
해당 지역들은 아파트 공급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주택가격이 하락해 미분양 및 미입주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되는 곳들이다. 최근 위험지역의 주택가격은 다른 지역 대비 높은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세종, 인천, 대구 등은 향후 전국 평균을 웃도는 공급 증가가 예정돼 있어 위험 수준이 더 높다.
반면, 수도권은 지방 대비 주택 구매 수요가 탄탄하다는 점에서 분양성과 등을 기대할 수 있어 PF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 10월 기준 수도권의 미분양 가구 수는 7612호로 전월(7813호) 대비 소폭 감소했다.
롯데건설의 미착공 현장 PF 발행 총액(4조3640억원) 중 19.8%인 8630억원만이 위험지역 현장에 신용보강을 제공한 금액이다. 반면, 서울 및 경기 등 수도권에 해당하는 금액은 1조8730억원으로 42.9%를 차지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착공 현장의 경우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는지가 아주 중요하다"라며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위치한 사업장이 대다수라면 분양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경우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롯데건설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문4구역 재개발, 북아현3구역 재개발, 돈암6구역 재개발, 미아3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봉천1-1구역 재건축, 신월곡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등 미착공 사업장 중 다수가 서울 내 위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이 정비사업 현장의 비중이 크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조합원 물량을 제외하면 분양세대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미분양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롯데건설의 유동성 대응능력은 우수한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9월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 1조8438억원 중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9423억원) 비중은 51.1%다. 그러나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7478억원 등을 활용해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롯데건설은 보유한 자산을 활용한 추가 담보 여력과 롯데그룹 계열사로서의 대외신인도를 감안하면 우수한 유동성 대응능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사진=한국기업평가)
롯데그룹은 기존 주주 유상증자와
롯데케미칼(011170),
롯데정밀화학(004000), 우리홈쇼핑의 자금대여 등 계열사를 통해 롯데건설의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고 있으며, 시중은행 여신한도 확대 또한 진행 중이다. 이달 19일까지 롯데건설이 계열사와 금융권 등에서 확보한 자금은 총 2조4823억원이다.
지난 26일에는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완판'에 성공했다. 해당 자금은 내년 1월 만기가 도래하는 롯데케미칼 사모채의 상환에 활용할 방침이다. 오는 30일에는 2000억원 규모의 사모전환사채(CB)도 발행할 예정으로, 조달한 자금은 역시 1월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착공 현장의 경우 인허가 및 착공 관련 업무에 속도를 내 본 PF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또한 미착공 현장의 다수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는 점은 분양성과를 내는 데 있어 비교적 안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