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은주성 기자]
NH투자증권(005940)이 초대형 스팩의 유효기간이 반환점을 지났지만 아직까지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며 스팩 투자 열풍도 사그라든 탓이다. 스팩은 설립후 3년 내 우회상장하지 못할 경우 해체해야 하는데, NH스팩19호(
엔에이치스팩19호(380440))가 상장한 지 1년 7개월이 지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내년에도 IPO(기업공개) 직상장뿐 아니라 스팩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청산에 나서는 스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대형 증권사 가운데 스팩 합병을 활발히 추진하는 증권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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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본사. (사진=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NH스팩23호부터 NH스팩27호까지 올해에만 5개의 스팩을 상장시켰다. 최근에는 NH스팩28호의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는 등 내년에도 스팩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 성공률도 뛰어나다. NH투자증권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27개의 스팩을 상장시켰는데 합병기업을 찾지 못해 상장폐지된 스팩은 4개에 불과하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지난 2011년 5월 공모금액이 960억원인 NH스팩19호를 코스피시장에 상장시키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는 국내 상장된 스팩 가운데 사상 최대 공모규모였던 데다 2010년 이후 11년 만에 코스피에 상장하는 스팩이었다.
스팩은 통상 공모규모가 50억원에서 100억원 초반대 수준이며 대부분 코스닥에 상장한다. 이에 주로 중소형 기업들의 우회상장 통로로 활용된다. 반면 NH투자증권의 NH19호스팩은 공모규모가 큰 만큼 성장성이 기대되는 이른바 유니콘 기업과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NH스팩19호가 상장한 지 약 1년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합병기업 찾기라는 과제가 지속되고 있다. 스팩의 합병 유효기간은 3년으로 이 기간 내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NH스팩19호가 합병할 수 있는 유효기간이 절반 이상 지난 셈이다.
올해 6월에는 NH스팩19호의 정관을 변경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합병 대상으로 ‘성장성이 높고 글로벌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이라고 규정돼 있었는데 이를 ‘성장성이 높고 글로벌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업’으로 변경했다. 합병대상 법인에 제한을 가하는 내용을 삭제하면서 합병대상 법인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상장한 NH스팩21호, NH스팩22호, NH스팩23호가 합병기업을 찾은 반면 NH스팩19호의 스팩합병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공모규모가 400억원으로 코스닥 대형 스팩으로 주목받았던 NH스팩20호도 아직까지 합병기업을 찾지 못했다.
NH투자증권은 NH스팩19호를 상장시킨 ECM2부를 중심으로 물권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내년에도 스팩합병 기업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 등으로 증시 부진이 길어지면서 IPO(기업공개) 시장 침체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등 대형 기업들이 상장계획을 연이어 철회했고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도 부진해 성장 기업들이 상장 추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공모주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던 스팩 시장 역시 주춤하다. 스팩은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는 사례가 드문 데다 상장폐지될 경우 원금과 2%대 이자까지 지급해 안정적 투자처로 꼽힌다. 하지만 시중금리가 급등하면서 스팩 투자의 매력이 크게 낮아졌다. 이에 일부 스팩은 일반청약 경쟁률이 1대 1을 밑돌았고 일부는 청약부진 우려로 상장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스팩합병이 무산되기도 했다. 지난달 IBKS제13호스팩은 스튜디오삼익과 스팩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등 주주반발로 결국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부결됐다. 스팩 합병안이 부결된 것은 스팩 도입 초기인 2011년 이후 처음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IPO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4분기 들어서는 스팩 시장까지 침체됐다”라며 “내년에도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IPO 시장과 스팩 시장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