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아름 기자]
SK텔레콤(017670)이 탈통신 전략을 고도화하고자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ICT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해
SK스퀘어(402340)를 설립한지 1년이 넘었고, ‘T우주’·‘에이닷(A.)’ 등 아이버스(AIVERSE)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SK스퀘어의 주요 자회사 기업공개(IPO) 재추진 시점이 요원하고, SK텔레콤의 신사업 매출 비중도 낮아 탈통신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신사업인 아이버스(AIVERSE) 등이 포함된 기타부문 매출은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4970억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15.91%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해당 사업의 비중이 14.93%였던 것에 비하면 1년 새 소폭 상승했다.
SK텔레콤은 현재 AI(인공지능), 메타버스 사업이 포함된 아이버스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 지난해 8월엔 ‘T우주’, 올해 5월 AI 에이전트인 ‘에이닷(A.)’을 연이어 출시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이프랜드를 글로벌 49개국에 동시 출시했고, 향후 자체적인 가상화폐를 발행해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에도 나서겠단 구상이다.
다만 신사업 이용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 절대적인 수치가 낮아 매출 기여도는 저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3분기 기준 SK텔레콤의 T우주 이용자 수는 140만명, 이프랜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57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에 비해 T우주는 40만명, 이프랜드는 122만명의 이용자 수가 각각 증가했다. 이프랜드와 유사한 서비스인 네이버제트의 제페토가 지난 9월 기준 MAU 약 2000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인 셈이다.
문제는 사업분할 1년이 넘은 SK스퀘어의 자체적인 사업 경쟁력 제고 시점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통신사업 부문을 제외한 ICT 투자부문을 인적분할했다. SK텔레콤은 일정 수준의 재무적인 부담을 감수하고, SK스퀘어에 자본 여력을 몰아줬다. 당시 인적분할로 비통신계열 주요 투자주식 지분이 신설회사인 SK스퀘어로 이관됐고, 차입금 대부분은 SK텔레콤에 남았다.
SK텔레콤의 전폭적인 지원과 SK하이닉스의 배당 덕에 SK스퀘어는 탄탄한 현금곳간을 가지고 출범했다. 이에 SK스퀘어는 오는 2025년까지 순자산가치(NAV)를 25조원에서 75조원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으론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주요 계열사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IPO 시장이 경색되면서 SK쉴더스와 원스토어는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재추진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어 투자금 회수 시점이 요원해졌다.
실제
SK하이닉스(000660) 등이 포함된 투자주식 이관 규모는 별도기준 6조5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SK텔레콤 총자산의 20.3%에 달한다. SK텔레콤은 분할 이후 자본여력이 축소되고, 재무레버리지 지표가 저하됐다. 여기에 연간 7000억원 내외의 배당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SK텔레콤의 부담이 가중됐다. 이에 SK스퀘어의 주가 또한 출범당시 8만2000원에서 전날(14일) 종가 기준 3만5900원까지 내려앉으면서 56.22% 감소했다.
SK텔레콤 이프랜드(사진=SK텔레콤)
향후 SK텔레콤은 SK스퀘어와 사업 간 협력을 확대해 시너지를 키우겠단 계획이다. 우선 AI 반도체, 보험 연계, 광고 사업 등이 꼽힌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SK스퀘어와 함께 AI 반도체 업체인 사피온을 설립했고, 이후 SK텔레콤과 사피온은 9월 캐나다 토론토대학과 AI 반도체를 공동연구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또 SK스퀘어가 2대 주주 지위를 이어 받은 캐롯손해보험을 통해 티맵모빌리티 연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SK스퀘어가 지분을 보유한 온마인드를 통해선 AI 버츄얼 휴먼인 '나수아'를 공동제작하고 있다. 이 밖에도 SK텔레콤은 올 3분기 발행 예정이었던 SK코인 시점을 SK스퀘어와 재검토 해 추후 이프랜드 서비스와 연계할 예정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구독 서비스 T우주,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등 SK텔레콤의 신사업 부문은 전체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수요가 커지고 있어 내년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최근 SK텔레콤이 주요 사업을 AI로 전환해 신 성장원을 키우고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AI 서비스 기반의 수익 모델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사업의 경우 SK브로드밴드도 진행 중인게 있고, SK스토아하고도 연계돼 있는 미디어 사업 영역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에어버스 사업으로만 신사업 성과가 나오는 건 아니다”라며 “향후 SK스퀘어와 AI 반도체, 미디어, 콘텐츠, 광고 등 다양한 협업을 전개해 신사업과 기존 사업에서 시너지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