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이종이식 전문 바이오기업
제넨바이오(072520)가 폐기물 처리 사업에서 손을 뗀다. 최근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이 본궤도에 진입하면서 약 5년 동안 영위해 온 사업을 완전 정리, 본업인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모습이다. 다만 현금창출력 저하가 예상되는 만큼 임상 진행을 위한 외부 투자금 유치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다.
제넨바이오의 제넨코어센터 전경. (사진=제넨바이오)
1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제넨바이오는 폐기물처리업을 영위하는 100% 자회사 에코랜드 지분 전량을 45억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계약체결 당일인 지난 8일 4억5000만원을 선수금으로 받았으며, 오는 23일 잔금 40억5000만원을 받을 예정이다. 처분예정일은 23일이다.
에코랜드는 올해 1월 제넨바이오가 폐기물 처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한 법인이다. 설립 이후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지분 전량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매출처가 늘고 해당 사업부문의 필요성이 떨어지자 사업 전략을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넨바이오가 폐기물처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넨바이오는 폐기물 처리업체 공감이앤티를 인수한 바 있다. 이후 같은 해 5월 공감이앤티를 흡수합병해 회사의 환경사업부로 편입했다. 결국 2019년 5월 한국거래소의 정기업종심사에서 제넨바이오의 주업종이 폐기물처리업으로 변경됐다.
폐기물 처리업이 제넨바이오의 ‘효자’ 사업부 역할을 했던 것은 그다지 길지 않다. 폐기물 처리업 부문의 매출은 공감이앤티 흡수합병 이듬해인 2018년 69억원을 정점으로 계속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11억원에 그쳤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8년 98.15%, 2019년 35.7%, 2020년 22.5%, 2021년 12.6%로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넨바이오는 작년부터 폐기물처리업의 정리방안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굳이 폐기물 처리 사업부를 분할한 것 자체가 정리를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회사는 에코랜드를 대표이사 없이 운영해 왔다. 이사진도 별도의 외부인사 영입 없이 정윤호 환경사업부 사장 등 사내이사 4인으로만 구성했다.
제넨바이오가 폐기물처리업을 종료한 것은 최근 임상 진행 상황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이달 6일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돼지췌도이식’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임상1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최초 신청일은 지난 8월이며 9월 자진 취하했다가 다시 신청해 허가를 획득했다.
또한 제넨바이오는 현 최대주주인
제넥신(095700)과 차세대 면역억제제 후보물질인 GX-P1에 대한 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종피부 이식재와 이종심혈관조직 판막 등 9개 후보물질에 대한 비임상 효능평가를 진행 중이다. 임상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폐기물 처리업에서 이렇다 할 매출이 나오지 않자 지분 매각을 통해 임상자금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다만 폐기물처리업이 적자는 아니었던 만큼, 현금창출력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임상 진행을 위한 신규 자금 유치가 과제로 새롭게 떠오른다.
문제는 제넨바이오의 유동성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회사는 지난 3분기 기준 136억원의 유동자산을 갖고 있다. 이중 현금성자산은 54억원에 불과하다. 에코랜드 매각대금을 모두 수령하더라도 현금 규모가 1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R&D 비용을 비롯한 연간 판매관리비가 13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부족한 모양새다.
이에 제넨바이오는 9월 19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120억원을 확보했으나,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으로 모두 소진됐다. 이 가운데 앞서 발행한 18회차 CB의 미상환 잔액이 105억원에 달해 추가 자금 유출 위험까지 안고 있는 상황이다. 18회차 CB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효력은 지난 6월 시작됐다.
<IB토마토>는 제넨바이오에 현금창출과 신규 자금조달 방안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