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원가법 아닌 '시가평가' 적용…역마진 손실에 규모 증가'발생주의' 수익 인식 변화…CSM 규모 10조원 수준으로 평가자본규제 K-ICS 도입, 가용자본 늘어 200% 비율 넘어설 전망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내년부터 보험업계에 적용되는 회계기준이 기존 IFRS4에서 IFRS17으로 변경된다. 이와 함께 보험사 자본규제인 지급여력제도는 RBC에서 K-ICS로 바뀐다. IFRS17은 현행 금리를 반영하는 ‘시가법’으로 보험부채를 측정하고, 보험계약 기간에 걸친 ‘발생주의’ 방식으로 손익을 인식한다. K-ICS에서는 부채 시가평가에 따라 금리상승이라는 경영환경 변화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삼성생명(032830)은 IFRS17 전환으로 자본의 잉여가 아닌 결손 효과가 나타난다. 전환시점 기준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는 과정에서 역마진 손실이 반영됨에 따라 부채 규모가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며, K-ICS비율은 올해 말 기준 금리상승 변화로 인한 부채 감소액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200%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보험약관대출·이연신계약비 자산 계정에서 제외…부채 차감 항목으로
13일 삼성생명이 최근 진행한 인베스터데이(Investor Day) 발표 내용에 따르면 IFRS17 전환(직전 1년 계약에 대한 소급법 적용)으로 인한 회사의 추정 자산은 323조원으로 기존 341조원(2021년 말) 대비 약 19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주요 변동 내역으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16조원과 이연신계약비자산 3조원이 꼽힌다. 현행 제도에서 자산 항목은 △운용자산 △약관대출 △미상각신계약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IFRS17에서는 운용자산을 제외한 두 항목이 기존의 ‘자산’ 항목에서 빠지고 ‘부채’ 항목에서 차감 처리된다.
(사진=한국신용평가)
약관대출은 보험사가 보험계약 해지환급금의 일정한 비율을 한도로 보험계약자에게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기존에는 운용자산의 대출채권 부문에서 다뤘다. 계약자에게 다시 돌려줘야 하는 환급금은 보험사 입장에서 부채 성격인데 이를 바탕으로 대출을 운용하는 만큼 부채 규모가 줄어드는 것으로 산출된다.
신계약비는 사업비에 대한 인식 기준이 변경되면서 처리 방식이 바뀌었다.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신계약비를 이연한 뒤 납입기간에 걸쳐 최대 7년간 균등 상각하며 비용으로 인식한다. 반면 IFRS17에서는 보험계약 귀속 여부에 따라 간접신계약비와 직접신계약비로 나누고 간접비는 발생하는 즉시 비용(당기비용) 처리하며 직접비는 보험계약 기간 동안 이연 후 상각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재는 법적으로 7년 안에 비용을 상각해 인식하게끔 되어있지만 변경되면 더욱 긴 기간에 걸쳐 비용을 배분할 수 있게 된다”라면서 “올해의 비용이 아닌 것에 대해 환급 개념으로 자산 처리했던 부분이 이제는 부채에 포함되다 보니까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채는 시가평가 적용…고금리 상품 탓에 규모 증가 부담
삼성생명의 IFRS17 부채는 211조로 추산된다. 현행 부채 227조원 가운데 앞서 언급한 약관대출과 이연신계약비자산 19조원을 차감한 것에서 약 3조원이 증가한 수치다. IFRS17에서는 보험부채 측정이 기존의 ‘원가법’이 아닌 ‘시가평가’(공정가치)로 이뤄지는데 시가로 전환하면서 3조원이 늘어났다. 반면 자본은 세금효과 1조원을 제외하고 2조원 감소했다.
과거 고금리 확정형 보험의 경우 현행 금리가 보유계약의 계약 시점 금리보다 큰 폭으로 낮기 때문에 고금리 상품 비중이 높은 생명보험사는 보험부채를 추가 적립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과거에는 금리가 높았던 만큼 할인율도 높게 적용했는데 현재는 금리가 비교적 낮고 이에 따라 할인율도 낮아 보험부채 적립 규모가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생명은 보험료적립금 기준 6% 이상 고정금리형 비중이 27.4%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다만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할인율 역시 상승하는 추세인데 이와 관련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부채가 3조원 증가한다는 것은 전환시점 기준인데 이는 올해 초이고 즉 작년 말 금리라고 보면 된다”라면서 “올해 말과 내년 초 적용에 따른 상황은 이와 많이 달라져 있을 수 있다(부채가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보험부채의 구조는 기존 책임준비금에서 △보험계약마진(CSM) △위험조정(RA) △최선추정부채(BEL) 세 가지 구성으로 변경된다. 삼성생명은 CSM 8조원, RA 3조원, BEL 200조원으로 나타난다. BEL은 보험계약으로 인한 미래현금흐름을 추정하고 현재의 가치로 할인해 산출한 것이며, RA는 비금융 위험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려한 일종의 프리미엄이다. CSM은 보장기간 동안 보험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인식하는 미실현이익을 뜻한다.
'발생주의' 수익 인식, CSM 규모 10조원 수준으로 평가
보험수익 인식은 ‘현금주의’에서 ‘발생주의’ 방식으로 바뀐다. 기존에는 보험료를 수취하는 시점에서 보험료 전액을 수익으로 인식하고, 책임준비금 적립액의 상당액을 비용으로 처리했다. 반면 IFRS17 발생주의는 앞서 부채로 설정했던 CSM에서 기간 경과에 따라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이익으로 인식한다.
당해 회계연도에 제공한 보험서비스 부분에 대해서만 보험영업수익으로 책정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보험영업수익은 CSM 당기 상각분과 예상 보험금, 예상 사업비로 구성되며 보험영업비용은 실제 보험금과 실제 사업비로 이뤄진다. 보험금과 사업비에서는 예상과 실제의 차이(예실차)가 주요하게 작용하게 된다. 투자영업손익은 투자수익에 보험부채 이바지용으로 정해진다.
(사진=금융감독원)
IFRS17 기준 보험영업손익에는 현행 삼이원 요소인 사차익(위험률차)과 비차익(사업비차), 이차익(이자율차) 일부가 포함되며 투자영업손익에는 이차익 대다수가 적용된다. 다만 보험 상품 측면에서 투자계약 요소는 보험사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는 만큼 ‘저축성보험’ 보험료는 상당액이 수익에서 제외된다.
내년도 삼성생명의 CSM 규모는 10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당기손익에 반영하는 CSM 상각액을 산출할 때는 잔여 CSM에 상각률을 곱하는데 삼성생명의 평균 CSM 상각률은 10% 수준이다. CSM 상각을 보험영업이익으로 인식하고 투자이익을 따로 계산해 영업이익으로 산출하는 방식이다. 금융투자 업계서는 내년 삼성생명의 순이익을 2조원 안팎으로 내다봤다.
RBC 대신 K-ICS 도입…가용자본 늘며 양호한 비율 전망
IFRS17과 함께 보험사 자본규제 제도로 K-ICS가 적용된다. 자본규제는 지급여력으로 나타내는데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 대비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으로 계산된다. 부채를 시가 평가하게 되는 만큼 가용자본 순자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가용자본 리스크 산출 기준은 기존 RBC제도의 계수방식에서 시나리오 방식으로 바뀌면서 더욱 까다로워졌다.
특히 K-ICS에서는 금리상승 영향을 온전히 반영할 수 있게 된다. RBC에서는 부채에 원가법을 적용하면서 금리상승과 같은 경영환경 개선에도 지급여력이 오히려 줄어드는 제도적 불일치가 존재했다. 반면 K-ICS에서는 금리상승 영향이 부채에도 적용되면서 경영환경 변화가 실질적으로 반영된다.
(사진=삼성생명)
삼성생명의 K-ICS 가용자본은 RBC 기준인 39조원에서 6조원 늘어난 45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금리상승에 따른 부채 감소액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 잉여액 차감 부분, CSM 가산 등이 영향을 미쳤다. 총위험액은 20조원 수준으로 해지나 사업비 관련 리스크가 신설되고 보험리스크와 시장리스크가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기존보다 5조원 늘었다. 결과적으로 삼성생명은 K-ICS 비율이 200%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생명은 금리하락 시점에도 대비했다. 금리가 하락하면 K-ICS 비율은 떨어지는데 금리의 절대 수준이 하락할수록 민감도가 커진다. 이에 대해 사측은 초장기채 매입 확대로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 금리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공동재보험을 활용해 지급여력비율 하락 폭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0월 5000억원 규모 준비금에 대해
코리안리(003690)와 공동재보험을 계약했는데 향후 추가적인 출재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신계약 판매에 따라 CSM이 지속적으로 창출되면 금융시장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지 않는 한 보험영업과 투자영업 모두 개선된다는 것이 삼성생명의 분석이다. 기존에 문젯거리로 작용했던 이차역마진 부분을 장래이익과 자본으로 상쇄하면서 투자손익이 증가,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이 비슷한 규모로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