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권주 발생 등 유명무실해진 유증…주가 급락에 조달 규모 반 토막풋옵션 도래하는 CB에 단기차입금까지…채무 상환자금 마련도 실패유형자산 882억원 중 668억원 담보 잡혀…대체 가능 여력도 부족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아이큐어(175250)가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500억원에 육박하는 미상환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청구 기간이 내년 2월 돌아오는 상황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마저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아이큐어는 유상증자 조달액 부족분을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된다. 아이큐어의 차입금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 대책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이큐어 완주공장 전경. (사진=아이큐어)
낮은 발행가액에 조달액 반 토막…본전 못 찾아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이큐어는 지난 8~9일 진행한 일반공모 청약에서 실권주 65만5230주에 2억879만7510주가 몰렸다. 청약률은 3만1866.29%를 기록했다. 주금 납입일은 오는 13일, 신주 상장예정일은 27일이다.
이번 일반공모 청약은 앞서 진행한 구주주 청약에서 발생한 실권주에 대해 진행됐다. 지난 5~6일 구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주주배정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에서 94.68%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발행예정주식수 총 1232만6650주 가운데 청약주식수는 1167만1420주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구주주와 일반공모 청약률은 1788.56%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이큐어는 1788.56%라는 청약률이 무색하게 본전도 못 건지는 상황이다. 유상증자 결정 후 주가 급락으로 발행가액이 낮아지면서 조달 규모가 800억원에서 343억원으로 절반 미만까지 줄어든 탓이다. 회사 측은 당초 신주발행가액 6490원을 바탕으로 조달하는 800억원 중 477억원을 채무상환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종 발행가액이 2785원으로 확정되면서 채무상환자금도 마련하지 못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주주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는 유상증자였다고 평가한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가장 큰 목적이 채무상환이라는 것이 사실상 주주에게 빚 갚아달라는 요구 아니냐는 지적이다. 통상 채무상환자금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는 기업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영업현금흐름이 여의치 않아 주주에게까지 손을 벌린다는 부정적 신호로 통용된다. 바이오기업의 경우 마땅한 투자기관을 찾지 못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또한 유상증자를 통해 시장에 풀릴 신주(1232만6650주)가 증자 전 발행주식총수(1900만1657주)의 64.8%에 달하는 만큼, 주주들이 떠나는 건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CB 미상환 잔액 477억원·단기차입금 601억원 '부담'
유상증자가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아이큐어의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아이큐어는 지난해 2월 운영자금·시설자금 확보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바 있다. 해당 CB는 올해 상반기 22억8000만원이 전환되고 477억2000만원이 남은 상태다. 발행 당시 6만1890원이었던 전환가액은 리픽싱과 무상증자 조정을 거쳐 2만842원으로 하락했다. 현재 주가(3620원·9일 종가)와의 괴리율도 크게 벌어져 풋옵션 청구 가능성이 크다.
아이큐어는 자체 자금으로 유상증자 부족분을 충당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3분기 기준 202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에선 회의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CB 풋옵션 대응 자금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회사에는 149억원의 단기차입금과 352억원의 유동성장기차입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두 차입금 모두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다.
이 때문에 토지와 건물, 자사주 등 유무형자산을 처분하거나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한 재원 확보 방안이 제기된다. 다만 회사의 유형자산 일부는 차입금 담보로 묶여 있다. 총 882억원의 유형자산 중 668억원의 고정자산이 547억원의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돼 있다. 처분 가능한 자사주 또한 17만8004주(0.57%)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6억4437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지분을 보유 중인 상장·비상장 계열사는 총 14곳이 있는데, 모두 ‘경영 참여’ 목적인 만큼 처분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이큐어는 올해 출시한 도네페질 치매 패치제에서 유의미한 수익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 측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2022년 출시한 도네페질 치매 패치제로부터 수익 창출을 이뤄낼 계획으로, 향후 예상되는 매출과 이익 수준을 고려할 시 부채비율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도네페질 패치제는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 지난 8월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수는 작년 기준 총 56만명으로 2017년부터 연평균 9.17%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같은 기간 치매에 사용되는 의약품 사용금액은 2421억원에서 4843억원으로 늘었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채무상환자금 마련 방안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아이큐어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