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삼성SDI가 실력 위주 인사 원칙을 밝히며 40대 여성 부사장을 발탁했다. 대표이사로는 3분기 영업이익 10%를 달성한 최윤호 사장이 연임됐다.
6일 삼성SDI는 2023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 4명, 상무 13명, 마스터 1명 등 총 18명의 승진자 명단을 발표했다. 회사는 성과주의 인사 기조를 바탕으로 경영성과와 성장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고주영 신임 부사장.(사진=삼성SDI)
이번 인사에서는 1977년생 40대 여성인 ‘젊은 피’ 고주영 상무의 부사장 발탁이 눈에 띈다. 고 상무는 차세대 제품 로드맵 구축과 신규 고객 확보를 주도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삼성SDI는 고 상무의 승진과 관련해 “역량을 갖춘 차세대 리더를 과감히 중용하고 미래 CEO 후보군을 적극 양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 상무가 차기 리더로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함께 부사장으로 승진한 3명도 각 분야에서의 성과가 인사의 기반이 됐다. 장이현 상무는 생산성 향상 및 품질 혁신을 추진, 김기헌 상무는 데이터 기반 개발 체계 구축에 기여, 이승원 상무는 미래사업 경쟁력 강화 기반을 마련해 승진 대상에 포함됐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의 연임도 주목된다. 최 대표는 올해 3월 취임 하자마자 중국 우시의 배터리팩 법인(SWBS) 청산 결정을 내려 일각에서는 외형축소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삼성SDI가 우시 법인 이전에 장춘 법인도 청산해 중국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격이 돼서다. 반면 당시 증권가에서는 삼성SDI의 ‘질적 성장 전략’으로 판단했다. 삼성SDI의 양 법인이 중국 정부의 자국 배터리 사업 육성 전략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법인 청산이 ‘약’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삼성SDI 2022년 3분기 실적.(사진=삼성SDI)
올해 초 최 대표의 전략은 반년 뒤 실적으로 증명됐다. 삼성SDI가 전기차용 배터리를 담당하는 에너지 부문에서 영업이익률 10%를 기록하면서다. 에너지 부문 매출은 4조83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4%, 전분기 대비 18.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8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0.2%, 전분기 대비 98% 증가했다.
최 대표는 삼성SDI의 신중한 투자 방향성은 이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LG엔솔)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자회사 SK온이 북미와 유럽시장 선점을 위해 집중적으로 시설투자를 이어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측면에서도 경쟁사와 삼성SDI는 전략차가 분명하다. LG엔솔은 7개(합작 5개, 단독 2개), SK온(합작 1개, 단독 2개)은 3곳의 생산거점을 구축하는데 반해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 1곳만을 결정한 상태다.
삼성SDI는 최 대표 임기 중에 시장성 낮은 연구만 지속한다는 오명도 벗었다. 올해 본격 양산 판매된 전기차용 배터리 젠5가 초격차 기술로 판매량 증가에 큰 공을 세운 덕이다. 젠5는 니켈 함량을 88%까지 끌어올린 ‘하이니켈’ 기술을 사용해 주행거리를 늘린 배터리로 프리미엄급 전기차인 BMW와 아우디 등을 중심으로 판매돼 영업이익률이 높다. 앞서 삼성SDI는 상용화 전망이 밝지 않은 전고체 배터리에만 R&D 비용을 집중해 경쟁사에 비해 기술이 한정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 대표는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원소재가 상승, 시장 수요 둔화 우려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은 삼성SDI 임직원들이 다 함께 노력해준 결과”라며 “2030년 글로벌 정상급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3대 경영 방침인 ‘초격차 기술 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실행에 속도를 냄과 동시에 친환경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