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KB생명이 내년 1월 푸르덴셜생명과 통합으로 ‘KB라이프생명보험’을 출범하는 가운데 보험 계열사들로부터 단기 자금을 조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합병을 목전에 두고 기일물을 활용한 만큼 자금수지 불균형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사측은 저축성보험에 따른 일시적 문제로 완충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생명은 이달 초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을 발행하면서 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푸르덴셜생명으로부터 단기 유동자금을 마련했다. 만기 구조는 대다수 7~11일로 형성됐지만 1일물도 있었다.
계열사 KB손해보험은 지난 3일 KB생명이 100억원 규모로 발행한 7일물 RP를 금리 3.40%에 매수했다. 자금의 용도는 KB생명의 단기 자금운용이다. 이후 지난 10일에는 금액을 1000억원으로 늘린 RP 11일물을 같은 금리에 사들였다. 다시 만기가 다가온 21일 같은 금액과 금리로 9일물 RP를 또 매수했다.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지난 7일 KB생명이 발행한 500억원 규모의 8일물 RP를 매수했다. 금리는 3.50% 수준이다. 이후 만기 날짜인 15일에는 1000억원 상당의 9일물 RP를 금리 3.40%에 사들였다. 이달 초에는 100억원 1일물 RP를 매수하기도 했다.
RP 발행 요인에는 최근 보험업계 핵심 문제로 다뤄지고 있는 저축성보험이 주요하게 꼽힌다. 보험사들은 지난 2013년 2월 비과세 한도 2억원이 설정되기 전까지 2012년 연말과 2013년 연초에 절판 마케팅으로 다수 보험 상품들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KB생명은 저축성보험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만기가 도래하는 것들은 10년 전에 판매했던 비과세 대상“이라며 ”어느 정도 익스포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과 관련해 환급금을 지급할 유동자금 마련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동성이 위기까지는 아니지만 사전적으로 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KB생명은 지난 2012년 보험료수입 1조3047억원 가운데 저축성보험이 1조1377억원으로 87.2%를 차지했다. 당시 저축성보험의 보험료수입 추이는 2011년 7959억원, 2013년 8131억원 등으로 확인된다. 보험영업 포트폴리오에서 저축성보험이 핵심이었으며 2012년에는 비교적으로 더 많은 보험료를 거뒀다.
(사진=KB생명)
시기적으로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가 절판 마케팅 상품들의 10년 만기 도래 시점인데, 여기에 금리상승 영향으로 해지 문제까지 겹치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축성보험은 위험보장보다는 목돈 마련에 적합한 상품이기 때문에 더 높은 금리를 좇아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올해처럼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우 보험사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물량이 움직일 수 있어서 이에 대비한 자금 확보가 보험사의 주요 과제로 평가된다. 다만 KB생명은 신계약비(사업비) 문제로 순이익 적자(올해 3분기 –519억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익잉여금(169억원)도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직전인 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익 반영으로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자본총계는 상반기 2265억원에서 3분기 1190억원으로 47.5%(1075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급여력금액은 같은 기간 6665억원에서 6022억원으로 9.6%(643억원) 하락했다.
유동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채권 가치가 평가절하되어 있고 금융당국에서도 채권 판매 자제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임시적으로 RP 발행을 활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KB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까지만 하고 거래를 완료할 예정이며 추가적으로 KB손해보험이나 푸르덴셜생명과 거래를 더 할 계획은 없다”라면서 “여유 버퍼(완충) 차원에서 유동자금을 마련해 놓은 것이고 지금 당장 리스크가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푸르덴셜생명 자본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통합하면 이러한 이슈는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