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푸본현대생명이 연말 퇴직연금발 대규모 자산이동(머니무브)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축보험 문제로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퇴직연금까지 더해지면서 리스크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유동성 방어를 위해 금리 경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경우 고금리 문제가 다시 제기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놓였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수입보험료가 총 1조8777억원이며 이 가운데 6110억원(32.5%)이 특별게정으로 집계된다. 특별계정은 퇴직보험과 퇴직연금, 변액보험 등으로 구분되는데, 푸본현대생명의 경우 99% 이상이 퇴직연금이다.
푸본현대생명은 보험영업 포트폴리오가 퇴직연금 중심으로 이뤄졌다. 특별계정의 수입보험료 비중을 살펴보면 2021년 58.9%(2조8353억원), 2020년 60.6%(3조714억원) 수준으로 나타난다. 퇴직연금 관련 실적이 대다수 4분기에 반영되는 만큼 올해 연간 비중도 이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같은 경우 3분기까지 특별계정의 수입보험료가 6548억원이었고 비중은 26.7%였다.
특별계정의 보유계약 건수는 지난 9월 기준 30만2622건이며 계약액(주계약 보험가입금액 기준)은 8조9079억원으로 확인된다. 이는 전체 보유계약 금액인 31조9309억원의 27.9%인데, 해당 비중은 생명보험 업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퇴직연금이 보험영업에서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뜻이다.
비중뿐만 아니라 규모 자체도 큰 편이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기준 주요 생명보험사의 퇴직연금 보유계약 금액은
삼성생명(032830)이 25조6427억원으로 선두를 달렸고 교보생명과
한화생명(088350)이 각각 9조2779억원, 8조4391억원으로 그 뒤를 따랐다. 푸본현대생명은 9조2808억원으로 한화생명보다는 많았고 교보생명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연말 퇴직연금 만기가 다가오면서 자금이 더 높은 금리를 쫓아 이동하는 유동성 리스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는 이미 저축보험 만기 도래와 해약 증가로 보험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유동성 관리에 문제를 겪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고금리 저축보험을 판매하며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보험사 중 하나다. 여기에 퇴직연금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자금수지 불균형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3분기 유동성비율이 200.8%로 지난해 말 343.2% 수준에서 크게 떨어졌다. 유동성자산이 1조2685억원에서 9412억원으로 감소한 반면 평균 지급보험금은 3696억원에서 4688억원으로 증가했다. 수지차비율의 경우 지난해 말 51.0%에서 올해 상반기 1.3%까지 하락했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034950) 책임연구원은 “퇴직연금 만기 도래가 집중되는 연말과 연초에 보험사 자금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라면서 “특히 외형 대비 퇴직연금 규모가 큰 보험사는 퇴직연금 유출이 발생하면 대응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유동성 관리 강화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만기 도래와 함께 해약 문제도 주요하게 언급된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약을 하고 더 높은 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만큼 최근 금리가 많이 뛰었다”라면서 “실제 고객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러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유동성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푸본현대생명)
퇴직연금 자금 유출 여부의 핵심은 금리로 꼽힌다.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대다수 원리금 보장형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금리 수준이 유치 가능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금의 유출을 방어하고 신규 고객을 모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금리 경쟁에 다시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금감원 통합연금포털에 의하면 푸본현대생명은 이달 기준 원리금보장 퇴직연금 상품의 약정금리가 5.20% 수준에서 형성된다. 다른 보험사들 역시 5% 수준을 넘어서는 약정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경우 수익성 측면에서 고금리에 따른 역마진 문제가 부각된다.
특히 푸본현대생명은 수익 구조에서 이차이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신용평가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특별계정 비중이 높은 만큼 일반계정의 저조한 수익성을 특별계정 관련 이익으로 보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계정의 보유계약 규모가 작아 사차손익(위험률)과 비차손익(사업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이차손익은 역마진 문제로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유동성 문제는 금리가 올라가면서 자금이 이동하는 부분으로 금융사 전반에 적용되는 사안이고, 추가적으로 새 국제회계기준 관련해서 자금을 확보하는 차원이 있다”라면서 “지금까지 관련된 준비들을 잘 해왔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걷어 왔고, 자산운용도 푸본금융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안정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