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은주성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323410)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그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100% 자회사인 만큼 이미 연결기준 재무제표에 지분 보유에 따른 손익 등이 반영되고 있지만 한국투자증권이 직접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별도기준으로 자본이 확충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발행어음 발행한도 증가, 신용공여 여력 확대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9월 금융당국에 카카오뱅크 주식 보유를 승인받기 위한 심사를 신청했으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본사. (사진=한국투자금융지주)
앞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19년 카카오뱅크 상장을 앞두고 카카오와 지분조정을 통해 카카오에 최대주주(당시 지분 34%) 자리를 내어주고 카카오보다 1주 적은 2대주주로 내려왔다. 이 과정에서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일부 지분을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는 금융사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해 자회사로 두거나 5% 이내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5년간 대주주 자격을 상실해 지분 양도가 사실상 어려웠다. 인터넷은행 특별법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한도초과 보유주주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차선책으로 지분 4.93%를 남기고 나머지 28.6%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넘겼는데 5년이 지난 만큼 기존 계획대로 한국투자증권에 카카오뱅크 지분을 이전하려는 것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카카오뱅크 보유지분은 유상증자 등으로 올해 3분기 말 기준 23.2%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이기 때문에 기존처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하더라도 이에 따른 자산, 순이익 등이 모두 한국투자증권의 연결기준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카카오뱅크 상장에 따른 지분법손익 4758억원을 이익으로 반영한 데 힘입어 증권사 순이익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자회사가 지분을 보유하더라도 사업 협력 등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도 없다. 지분을 다시 이전하는 실익이 크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넘겨받아 직접 보유하게 되면 별도기준 자기자본 규모가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른 부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을 하고 있는데 자기자본의 200%를 한도로 발행할 수 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사 가운데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가장 처음 받은 데다 발행어음 잔고도 가장 많다. 3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약 11조9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200%(12조5310억원)에 거의 근접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카카오뱅크 지분을 이전받아 별도기준 자본규모가 늘어나면 발행어음 발행여력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증권사는 자회사나 해외법인 등에 신용공여(자금대출)를 할 때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규제를 받는데 별도기준 자기자본 규모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투자자 대상 신용공여 서비스를 제공할 때도 별도기준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허용된다. 한국투자증권의 별도기준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자회사나 해외법인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거래융자 서비스 수익 증가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일부 신용평가사들은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신용도를 평가할 때 별도기준 재무제표를 중점적으로 반영하기도 한다. 한국투자증권의 별도기준 자기자본이 증가하면 재무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실질적으로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것이 아닌 만큼 신용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 주가가 상장 이후 급락하면서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카카오뱅크 지분 처분시점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 KB금융그룹이 8월 카카오뱅크 지분 3.1%(1476만주)를 블록딜로 매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KB금융그룹과 달리 한국투자금융그룹은 경영참여 목적으로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카카오뱅크 주식을 처분할 확률은 낮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2대주주로 내려올 당시에도 카카오보다 단 1주 적은 지분을 보유하면서 영향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2020년에 한국투자금융그룹 출신인 김광옥 전 한국투자파트너스 전무가 카카오뱅크 부대표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한국투자금융지주 출신 김주원 전 부회장이 카카오뱅크 기타비상무이사를 맡는 등 카카오와 균형을 맞춰오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금융당국에 카카오뱅크 주식 보유한도 초과승인 심사를 신청했으며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