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현금 많기로 유명했던
롯데케미칼(011170)이 돈맥경화로 고생 중이다. 경기침체로 실적이 둔화된 상황에서 롯데건설 지원,
일진머티리얼즈(020150) 인수 등 돈 들어갈 일이 많아서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사업 회복 사이클이 돌아오고, 2차전지 신사업의 단기 투자가 끝나는 2년여가 지나면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자금난을 겪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경영 정상화는 2024년께가 될 전망이다. 신한투자·메리츠·NH투자 등 다수 증권사는 올해 2~3%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영업이익률이 2024년에는 5~6%대까지 상향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케미칼의 자금난은 주주들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운 측면이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말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이 3조3000억원 상당으로 ‘현금부자’로 불렸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올해 경기 하락으로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상황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3분기는 영업손실이 시장 전망치보다 3000억원 상당 더 낮은 4239억원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해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여기에 지난달 자회사인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빌려주고 2조7000억원에 2차전지 소재 회사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선언하며 경영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8일 주당 13만원에 850만주를 발행하는 1조105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5000억원은 운영자금, 6050억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자 주주들 사이에서는 회사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월 롯데케미칼이 향후 3년간 중간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선언하며 주주환원을 강조한 터라 주주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 크다. 회사는 국제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지난 7월 중간배당을 취소하고 기말배당으로 돌린 바 있다.
올리기로 약속한 배당은 높이지 않으면서 자회사 지원과 고가에 신사업 추진을 예정해 미운털이 박힌 것이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현 상황이 일시적 위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기초체력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레고랜드 사태를 맞아 잠시 재무 위기가 닥친 것이고, 동박 세계 4위인 일진머티리얼즈 같은 기업이 매물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는 논리다.
주주 불만이 줄지 않자 회사는 지난 21일 주주배정 유상증자 기업설명회 컨퍼런스콜을 통해 재무안정성과 성장성을 설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김연섭 롯데케미칼 ESG경영본부장(전무)는 “롯데건설 리스크가 상당한 수준으로 해소됐다고 판단한다”며 “전지소재 산업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고자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이 재편되는 시기에 맞춰 선제적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 본부장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을 포함해 내년 총 4조원의 설비 투자가 예상되며, 일진머티리얼즈 자체 전지박 증설에도 3조원의 투자가 예상된다”며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해 비용 지출 계획을 재검토해 신사업과 관련이 없으면 과감히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제적인 투자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자금압박이 2024년경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과 2024년 영업이익(영업이익률) 전망을 보면 ▲신한투자증권 8284억원(3.5%), 1조3351억원(5.5%) ▲메리츠증권 9470억원(3.4%), 1조7753억원(6.8%) ▲NH투자증권 5460억원(2.2%), 1조2580억원(4.6%) 등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롯데케미칼이 올해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평가했다. 롯데케미칼은 재무체력이 높게 평가받던 2021년 영업이익 1조5360억원에 영업이익률이 8.5%를 나타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2023년 석유화학에 연간 글로벌 주요 석유화학 제품들의 공급 건전성 개선, 아시아 역내 낮은 재고수준 등으로 재고확보 움직임 가능성, 투입 원가 부담 완화 등이 긍정적”이라며 “전지소재 사업은 유기용매/양극박 등의 고객사 확보, 전지박 국내 1위 기업과의 수익성 격차 축소 여부 등이 확인될 시에 점진적 주가 재평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