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제약, 안전장치 없이 발행한 메자닌…결국 부메랑
쿼드자산운용 소유 800억 규모 CPS·CB 리픽싱
메자닌 물량, 발행 주식 총수 대비 23.0%로 늘어
콜옵션 조항도 없어…전환 시 최대주주 지분 희석 불가피
공개 2022-11-04 08:00:00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2일 19:1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이연제약(102460)이 충주공장 시설투자를 위해 지난해 발행한 전환우선주(CPS)와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이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으로 최대주주 측의 주식 가치 훼손 위험이 더욱 커졌다고 보고 있다. 해당 메자닌의 전환 가능 물량이 전체 주식 수의 20%를 넘고, 최대주주의 지배력 방어수단인 매도청구권(콜옵션)도 삽입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연제약 충주공장 전경. (사진=이연제약)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연제약은 지난달 27일 100억원 규모의 CPS 리픽싱을 공시했다. 전환가액은 2만원에서 1만9169원으로 낮아졌으며, 전환 가능 주식 수는 50만주에서 52만1675주로 늘어났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제2회차 CB의 전환가액도 리픽싱했다. 700억원 규모인 이 CB의 전환가액은 2만2857원에서 리픽싱 한도(최초 전환가액의 85%) 근처인 1만9622원으로 조정됐다. 전환 가능 주식 수는 306만2519주에서 356만7424주로 증가했다.
 
이번에 리픽싱된 CPS와 CB는 지난해 8월 이연제약이 충주공장 시설투자를 위해 쿼드자산운용을 대상으로 발행한 메자닌이다. 메자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는 금융 상품을 말한다. 당시 회사는 총 8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면서 시장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끌어냈으나, 향후 전환청구권이 행사됐을 때 주당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라붙었다.
 
급변한 증시 환경에…CPS·CB 오버행 이슈 부각
 
이연제약이 해당 메자닌 발행을 결정했던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당시는 증시 활황으로 유상증자와 CB 발행 규모가 급증하며 사모펀드(PEF)의 주요 출자자인 캐피탈사가 관련 투자를 대폭 늘릴 시기였다. 특히 전환가액 상향 리픽싱과 콜옵션 행사 한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 시행(2022년 12월)을 앞두면서 막차에 타려는 상장사도 줄을 이었다. 이연제약과 쿼드자산운용은 이 시기의 대표적인 메자닌 발행·투자사 중 하나다.
 
초기에는 이연제약의 메자닌 발행이 시장에서 호재로 인식된 듯한 모양새였다. 회사의 주가는 발행 결정일(2021년 5월14일) 2만4750원에서 납입일(2021년 7월26일) 5만7500원까지 132.3% 폭등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제약·바이오업계의 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연제약의 주가도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첫 거래일(1월3일) 3만6850원이었던 회사의 주가는 이날 1만9650원으로 떨어졌다.
 
이연제약의 주가. (사진=네이버 금융)
 
가장 큰 문제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다. 당시 투자자인 쿼드자산운용이 CPS와 CB 투자를 통해 확보한 된 전환 가능 주식 수는 총 356만2519주다. 이는 자사주(24만5820주)를 뺀 유통 주식 총수(1775만2757주) 대비 20.1%를 차지한다. 전환 가능 주식 수는 이번 리픽싱을 거치면서 주식 총수의 23%인 408만9099주로 늘어났다.
 
쿼드운용자산이 CPS·CB 전량을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이연제약의 최대주주인 유용환 대표이사의 지분율은 29.6%에서 24.12%까지 떨어지게 된다. 기존보다 5.48%p 낮아지는 것이다.
 
제로금리 위해 포기한 콜옵션…지분 희석 우려 현실화
 
2회차 CB에 콜옵션 조항이 삽입돼 있지 않은 것도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콜옵션은 일정 기간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통상 최대주주의 지분 희석을 방어하는 안전장치로 꼽힌다. 발행사로선 투자자와 발행 조건을 맞출 때 콜옵션 행사 한도를 늘리려고 애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당 CB에 콜옵션 조항이 없는 것은 이연제약이 쿼드자산운용과의 협상 과정에서 ‘제로금리’를 취하는 대신 콜옵션에선 한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C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로 책정됐다. 이연제약은 이자 부담 없이 공짜로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콜옵션을 활용한 지배력 방어수단을 포기한 것이다. 반대로 쿼드자산운용은 CB를 만기까지 보유해도 이자수익 한 푼 받지 못하지만, 이연제약이 CB를 되사가 시세차익이 줄어드는 상황을 방지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연제약은 주가가 하락한 상태에서 전환청구권 효력일이 도래하며 오버행에 따른 지분 희석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됐다. CPS와 CB의 전환청구기간은 모두 2022년 7월27일부터 2026년 7월26일까지다.
 
 
 
기존 소액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연제약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유 대표 29.6%를 비롯해 모친인 정순옥 회장(8.43%), 동생인 유정민씨(8.2%), 정 회장의 모친인 이애숙씨(8.84%), 동생인 정순희씨(3.94%) 등 59.01%다. 자사주(1.37%)를 제외하면 소액주주의 지분은 39.62%(713만1557주)에 불과하다. CPS와 CB가 전량 보통주로 전환되면 이들 소액주주의 지분은 32.29%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IB토마토>는 이연제약 측에 메자닌 리픽싱으로 인한 지분희석 대응방안에 대해 문의했지만, 답변받지 못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