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한화건설이 해외 대형프로젝트에서 철수를 결정했지만 실제 손해액은 미미할 전망이다. 오히려 한 켠에서는 한화건설이 끝까지 프로젝트를 완공하려는 의지를 보였던 것이 이라크 내 입지를 탄탄하게 굳혀 향후 다른 프로젝트 수주의 가능성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jpg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사진=한화건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사진=한화건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이달 초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인 '비스마야 프로젝트'의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에 계약해지를 통지했다.
지난 6일 이라크 NIC는 한화와 한화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합병 절차에 '부동의' 의사를 전달했고, 7일 한화건설은 "NIC가 기성금 지연지급 및 미지급 등 계약위반을 했다"라며 계약해지를 통지한 것이다.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크게 신도시 건설 공사인 'BNCP'(도급액 80억달러)와 사회기반시설 공사인 'Social Infra'(21억2000만달러) 프로젝트들로 구성돼 있으며, 수주 시기는 각각 2012년, 2015년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이라크 바그다드 외곽 동남 측 10km에 위치한 550만평 부지에 주택 및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BNCP 프로젝트는 약 10만세대 규모의 주택공사며, SI 프로젝트는 BNCP 내 인프라시설 등을 짓는 공사다. 예정 완공연도는 각각 2019년과 2021년이었으나, 이슬람국가(IS) 사태 등 불안정한 이라크 정세 및 코로나19 등으로 공사가 지연됐다. 올해 6월 말 기준 진행률은 각각 44.99%, 29.02%다.
한화건설은 BNCP 및 SI 프로젝트 수주 시, 각 프로젝트 도급액의 약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수금으로 받았다. 이후 지난 2019년까지 공사대금이 원활하게 회수됐으나,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이후 공사대금 회수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실제 BNCP 프로젝트의 경우 계약서상 기성금을 4개월 단위로 수령하기로 돼 있지만, 최근 공사대금 수령 일자는 지난해 12월인 가운데, 해당 회수금액(8800만달러)은 한화건설이 전체 기성 청구하고 받지 못한 금액(6억2900만달러)과 큰 차이가 난다.
그러나 한화건설은 올해 8월 말 기준 이라크 공사 관련 미수금과 선수금의 규모가 유사한 수준이기 때문에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한화건설의 올해 8월 말 기준 이라크 공사 관련 미수금은 6억2900만달러이며, 선수금은 6억6000만달러다.
실제로 한화건설은 NIC로부터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되자, 투입 인원을 축소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비스마야 프로젝트 투입 인원은 지난 2019년 말 약 1만2000명에서 지난해 말 약 680명으로 축소됐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비스마야 프로젝트 관련 미수금과 선수금은 비슷한 수준이어서 실제 손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사업은 끝을 맺지 못한 채 중단됐지만, 오히려 '비스마야 프로젝트'와 관련 한화건설의 이라크 내 입지가 더 탄탄해졌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 2016~2018년 IS 사태로 이라크에서 내전이 발생하자 수많은 해외 기업들이 철수를 결정했다. 그러나 한화건설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계속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불안정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는 점에서 이라크 내 선호도는 높은 수준일 것"이라며 "향후 이라크 정세가 안정된다면 이라크 내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수주할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이번 사업은 중도에 무산됐지만, 발주처와의 신뢰를 끝까지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 향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DL이앤씨(375500)의 경우 1987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란 내 프로젝트를 철수하지 않은 적이 있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란 내 입지를 탄탄히 굳힌 DL이앤씨는 추후 이란에서 다수의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화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프로젝트를 완수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3만여세대를 성공적으로 지어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라며 "실제로 현지에서는 주민들의 한화건설 철수 반대 시위 등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향후 이라크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좋은 사업 기회가 찾아온다면 당연히 긍정적으로 수주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