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SK렌터카(068400)가 잇따라 고금리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재무건전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금리 인상 시기가 도래하면서 회사채 발행이 지속될 경우 금리 부담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유동성 리스크를 고민하지 않은 무리한 자금조달은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렌터카는 최근 채무상환을 이유로 제50-1회 및 제50-2회 무보증사채 1000억원을 발행했다. 50-1회차 300억원은 1년6개월물로 표면이자율이 연 6.106이다. 50-2회차 700억원은 2년물로 표면이자율이 연 6.292이다.
(사진=SK렌터카, 한국IR협의회)
SK렌터카가 채무상환 할 자금은 2019년 10월25일에 발행한 1200억원 규모 회사채다. 당시 발행금리는 1.96%였다. 회사는 발행제비용 및 부족한 200억원 상당 자금은 보유 자금 및 회사채 차환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렌터카는 올해 6월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을 381억원 보유하고 있다. 사내 보유현금으로 부족한 회사채 차환 비용을 갚아도 200억원 가까운 현금이 남는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현재 금리 인상 시기라는 점과 SK렌터카가 이미 올해만 수천억대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이다. SK렌터카는 올해 반기 기준으로 이미 부채비율이 500%를 넘은 상태다.
금리 인상 시기인데 올해만 3200억원 조달
SK렌터카는 제50-1회 및 제50-2회 회사채 1000억원을 포함해 올해 32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올해 4·5월에는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3년물 P-CBO로 1000억원을 조달했다. 표면금리는 각각 3.666%와 3.868%이다.
P-CBO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신용보증기금이 신용보증하는 형식으로 발행된다. 대개 신용등급 BB+ 이하 투기등급에서 활용되는 방식이나,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며 신용등급 A 이상에서도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 SK렌터카의 신용등급은 △한국기업평가 A+(안정적)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A(긍정적)이다.
지난달 7일 SK렌터카가 발행한 500억원 상당 사모 회사채의 경우 올봄보다 표면금리는 높아지고 기간은 짧아졌다. 2년물로 발행된 회사채의 표면이율은 5.198%이다. 특히 최근 발행한 제50-1회 및 제50-2회 회사채는 수요예측에서 미매각 사태가 발생하며 체면을 구겼다.
당초 1년6개월물과 2년물을 각각 400억원씩 모집했으나, 1년6개월물에 100억원만 접수돼 미매각된 것이다. SK렌터카는 이후 기업어음(CP)으로 700억원을 발행했다. 표면금리는 연 6.11%로 알려졌다.
1위 롯데렌탈 보다 70% 높은 부채비율
한국자동차대여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렌터카 점유율은 롯데렌탈이 22.1%로 1위, SK렌터카가 13.7%로 2위를 기록했다. 업체별 렌터카 인가대수는 각각 26만2481대와 16만2900대이다. 2019년 SK네트웍스에 인수된 SK렌터카(구 AJ렌터카)는 내년 말 양사 통합이 완료되면 렌터카업계 시장점유율도 18.1%로 상승할 전망이다.
렌터카 업계 1위 롯데렌탈과 비교하면 SK렌터카의 상황이 더 잘 보인다. 롯데렌탈은 금융부담을 높이는 이자발생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4조625억원에서 올해 2분기 말 기준 6.25% 증가한 4조3168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동기간 SK렌터카의 이자발생부채도 2조246억원에서 2분기 말 기준 5.43% 증가한 2조1346억원을 기록했다.
차입금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를 따지면 롯데렌탈이 오히려 SK렌터카 보다 상황이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위기 대응 능력 관련 지표를 보면 해석이 달라진다.
당좌비율은 기업이 당장 운용할 수 있는 금융능력을 나타낸 지표다. 통상 100% 이상을 안정적으로 본다. SK렌터카의 당좌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1.60%에서 올해 2분기 28.27%로 3.3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렌탈의 당좌비율이 30.99%에서 43.38%로 12.39%포인트나 증가한 것과 온도차가 크다.
기간을 늘려도 이는 마찬가지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유동자산에 대한 유동부채(1년 내 갚아야 할 비용)의 비율을 이른다. 기업의 신용능력 판단 지표로 쓰이며 비율이 높을수록 안정적이라 평가한다. SK렌터카의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3.37%에서 31.42%로 감소했다. 반년 만에 1.95%포인트 신용능력이 하락한 셈이다. 반면 동기간 롯데렌탈 유동비율은 43.82%에서 45.33%로 1.51%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5년간 부채비율도 롯데렌탈은 702.40%(2019년 말)에서 430.57%(2022년 6월)로 271.83%포인트 감소했으나, SK렌터카는 377.22%에서 507.00%로 129.78%포인트 증가했다. 렌터카 사업 자체가 차량을 구입해 대여하고 이익을 내는 사업으로 타업종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나 500% 이상은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다.
실제 롯데렌탈도 2019년경 외형 확대를 위해 차입금을 지속 증가시키자 신용 하락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홍준표 나신평 연구원은 “오토렌털 시장의 경쟁 심화와 조달비용 부담 증가는 롯데렌탈의 수익성 개선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올해 8월 한국IR협의회에서도 SK렌터카와 관련해 렌터카 매출 증가와 중고차 시장 호조로 수익성과 성장성은 좋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재무제표 그래프에서 유동성과 안정성의 위험을 언급했다. 3년물 회사채 평균금리는 2019년 2%대에서 올해 8월 4.23%로 2배 정도 뛰었다. 자금조달에 필요한 금융비용도 5년 전에 비해 2배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SK렌터카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실적이 나쁘지 않아 영업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통해 유동성 리스크를 최대한 방어하려 노력하고 있다”라며 “일부 부족한 자금에 한해서는 은행권이나 공모 사채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