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처분 이어 유상증자 단행…총 조달 규모 164억원부채 늘린 탓에 재무안정성 악화…719억원 순차입 경영 진입지난해 발행한 4개 CB가 변수…투자자 전환청구권 유도 '과제'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넥스턴바이오(089140)가 유상증자 납입일을 앞두고 유동성 경색을 어느 수준까지 방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차입경영이 시작된 가운데 올해 상반기 영업현금창출력이 저하되며 외부 자금조달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서 발행한 1~4회차 전환사채(CB)의 전환청구권과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개시일이 도래해 주가 유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넥스턴바이오 전경. (사진=넥스턴바이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넥스턴바이오는 오는 11월16일 130억원 규모의 신주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결정한 제3자배정 유증에 따른 것으로 회사가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214억원·별도기준)의 60.7%에 달한다. 당초 회사는 유증을 통해 14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었으나, 주가가 예정발행가액(3830원) 아래로 떨어지며 유증 규모도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자사주도 처분했다. 처분 목적은 ‘운영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이며, 이를 통해 넥스턴바이오가 확보하게 된 자금은 약 34억원이다.
넥스턴바이오가 올해 하반기 들어 증자와 자사주 처분을 통해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유동성 경색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의 실적은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하락세였다. 매출액은 2017년 437억원에서 지난해 170억원으로 61.1% 줄었고 영업이익은 101억원에서 7억원으로 93.1% 가량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각각 60억원, -6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하락은 현금창출력 저하에 기인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넥스턴바이오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올해 상반기 –1억원으로 적자인 상황이다. FCF는 기업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세금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을 뜻하는 것으로,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현재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214억원으로 2017년(646억원) 대비 66.8% 쪼그라들었다.
이에 넥스턴바이오는 지난해에만 단기차입금을 257억원 확대하고 CB를 4차례 발행하는 등 곳간을 지켜냈으나, 부채가 늘어나며 재무안정성 악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회사는 2020년까지만 해도 538억원의 순현금(현금성자산-총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719억원의 순차입경영으로 바뀌었다. 재무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108.1%, 44%로 2년 만에 40%p 이상 높아졌다.
넥스턴바이오 입장에선 영업활동을 통한 실질적인 현금창출력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자금조달 선택지는 더욱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악화된 재무안정성을 고려하면 부채를 더욱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넥스턴바이오가 지난해 발행한 1~4회차 CB에 주목한다. 총 규모가 380억원에 달하는 데다 1·2·3회차 CB는 지난 4월 전환청구권과 풋옵션 행사 개시일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4회차 CB의 전환청구 및 풋옵션 기간은 11월4일부터다.
넥스턴바이오의 현 주가가 CB의 전환가액보다 높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25일 회사의 종가는 2715원으로 1회차(2360원), 2·3회차(2269원), 4회차(1922원)와 평균 25.3%의 괴리율을 나타내고 있다. 발행 당시 전환가액은 이보다 높았으나, 주가 하락에 따라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 이뤄진 결과다.
따라서 넥스턴바이오는 CB 상환으로 인한 현금 소진을 막기 위해 현 수준의 주가를 유지해 최대한 투자자들의 전환청구권 행사를 유도해야 한다. 주식 가치 희석 리스크가 있는 유증을 단행하면서도 주가 하락을 방어해야 한다는 두 가지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4회차 CB를 제외한 나머지 CB 투자자는 모두 바로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 유진투자증권 등 재무적투자자(FI)로 구성돼 있다. CB의 표면금리가 모두 1%로 낮게 책정된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사실상 주식전환을 통한 차익실현에 베팅한 셈이다. 4회차 CB는 관계사인
에스엘바이오닉스(214310)가 투자했다.
이들 CB는 이미 전환과 상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하반기 1회차 CB(150억원)는 64억3000만원어치가 전환, 38억9000만원어치가 콜옵션·풋옵션으로 상환됐다. 2회차 CB(70억원)와 3회차 CB(60억원)는 각각 49억원, 42억원이 상환됐다.
이와 관련 넥스턴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유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이유에 대해 “재무안정성을 고려한 판단”이라면서도 “세부적인 이유에 관해선 답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추가 자금 조달 여부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논의된 바 없다”라고 전했다.
한편 넥스턴바이오는 지난 5월 철강제조업체 롤코리아를 인수한 바 있다. 134억원을 들여 롤코리아의 지분 79%를 취득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262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한 흑자기업이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