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은주성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DCM(채권자본시장)부문에서 KB증권과
NH투자증권(005940)의 양강 체제를 깨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조직개편과 인력보강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꾀하면서 만년 3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3분기까지 선두권과 차이를 좁히지 못한 데다 금리인상 등으로 채권발행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격차를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도 DCM 주관실적 순위에서 3위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한국투자금융지주)
하지만 추가적인 순위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최근 금리인상,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발행 시장이 사실상 문을 닫는 분위기라 주관실적을 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9월 기준 회사채 발행규모는 5조3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37% 줄었다. 최고 신용등급인 AAA급 회사채와 공사채까지 연이어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는 등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업계에서 매년 순이익 규모 1, 2위를 다투는 초대형 증권사로 수익성이 높은 IB사업부문에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순영업수익(8863억원)에서 IB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7%에 이른다.
특히 IB부문 가운데 IPO, 유상증자 등을 포함하는 ECM(주식자본시장) 부문에서는 전통적 강자로 꼽힌다. 2020년 IPO 시장 1위에 오르는 등 해마다 ECM 실적 1위 자리를 놓고
미래에셋증권(006800), NH투자증권과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DCM 부문은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DCM 시장은 KB증권이 10년간 DCM 주관실적 1위를 차지하면서 왕좌를 지키고 있다. 이어 NH투자증권이 2018년 DCM 주관실적 2위에 오른 뒤 KB증권을 매섭게 추격하면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2015년 이후 매년 DCM 주관실적 3위에 오르면서 KB증권과 NH투자증권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년 3위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도 얻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초 조직개편에서 DCM업무 담당부서를 기존 2개에서 3개로 확대하고 인력을 보강하면서 DCM 사업 강화 의지를 내보였다. 또 ECM 부서를 새로 신설하고 기존 DCM 부서가 담당하던 유상증자 및 메자닌 발행업무를 담당하도록 조정했다. DCM 부서 인력을 늘리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 한국투자증권은 채권발행 주관실적 기준 시장점유율 12.2%(5조8928)로 2위인 NH투자증권(14.1%)과 2%포인트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21년 채권발행 주관실적 기준 시장점유율(한국투자증권 13.1%, NH투자증권 16.6%)보다 격차가 소폭 줄었지만 양강 구도를 깨기에는 아직 아쉬운 성과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오랜 기간 DCM 시장에서 상위권을 지켜오면서 축척한 네트워크와 은행 계열사를 등에 업은 커버리지 역량 등을 고려할 때 한국투자증권이 DCM 시장에서 정상에 오르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차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체적으로 회사채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지만 커버리지와 인력 확대 등 DCM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