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IPO 절실…위험가중자산 3조만 늘어도 자본비율 '아슬'
위험가중자산 9조원까지 늘면 자본비율 10% 초반으로 뚝
자본적정성 관리 실패 시 대출 영업에 타격
시장-경영진 기업가치 괴리 낮추기 관건
공개 2022-10-24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0일 18:2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수정 기자] 케이뱅크가 위험가중자산이 9조원대로 불어날 경우 BIS 자기자본 비율은 10%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9년 일시적으로 대출 운영이 멈췄을 때 케이뱅크의 자본비율은 11.9%였다. 고객에게 많은 대출을 해줄수록 부실 위험도 높아지는 꼴이기 때문에 원활한 자본금 확충을 위해선 IPO(기업공개) 완주가 절실하다. 지난달 거래소 심사를 마쳐 상장 5부 능선은 넘었다. 
 
20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통보받았다. 상장을 위한 첫 관문을 넘은 것이다.
 
케이뱅크가 자본금을 확충한 것은 작년 8월 NH투자증권(005940)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한 것이 마지막이다. 토스뱅크가 올해만 4차례 유증을 단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케이뱅크의 대주주는 BC카드다. 지난 2020년 KT(030200)는 계열사 BC카드에 케이뱅크 지분을 매각했다. BC카드는 케이뱅크 지분 33.72%를 보유 중이다. BC카드도 작년 케이뱅크에 6300억원을 출자해줬다. 다만, 올 들어 추가 지원은 없었다. 케이뱅크가 IPO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5년 이상 운영을 했으면 기존 투자자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기 보단, IPO를 통한 안정적 자본 확충안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다"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의 자기자본은 1조7356억원이다. 이 가운데, 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분모인 총 자기자본은 1조734억원이다. 유증으로 확충한 자본 가운데 일부가 자기자본으로 인정 받지 못했다.
 
상반기 위험가중자산은 총 자기자본의 6배인 6조7687억원이다. 6개월 만에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자기자본은 거의 늘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가중자산은 널뛰면서 자기자본비율은 작년 말 18.12%에서 올 상반기 15.86%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가 리스크 통제를 통해 자본적정성을 끌어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작년 한 해 케이뱅크의 위험가중자산은 3조1747억원 증가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속도로 늘고 있다. 
 
케이뱅크의 자기자본이 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위험가중자산이 9조원까지 늘면, BIS 자기자본비율은 11.9%로 하락한다. 감독당국은 BIS 자기자본 비율을 10.5%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위험가중자산이 6조700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2조~3조원만 늘어도 '빨간불'이 켜진다는 것이다. 
 
 
  
은행의 주 수입원은 고객에게 대출을 제공하고 얻는 이자 수익이다. 대출 영업이 활발할수록 많은 수익이 늘지만, 리스크도 함께 떠안는 게 공식이다. 여신 잔액은 2020년 2조9887억원, 2021년 7조899억원, 올해 상반기 8조7123억원으로 늘었으며, 9월 말 기준으로는 9조원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여신 성장 속도 보다 위험가중자산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다. 작년 상반기 동안 여신 증가액은 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증가액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는데, 위험가중자산은 비슷한 수치로 증가했다.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대출 비중이 크다. 카카오뱅크가 보증 대출 신용 대출  비율이 5대 5라면, 케이뱅크는 3대 7이다. 실제, 상반기 무담보 익스포져 장부가가 12조원에 달했다. 
 
케이뱅크는 전세대출, 예·적금 담보대출, 아파트 담보 대출 등의 담보대출 상품을 갖추고 있지만, 담보대출 잔액은 1조8000억원에 그쳤다. 
 
신용 위험이 큰 중금리 대출을 늘리고 있는 점도 위험가중자산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케이뱅크는 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올 상반기에만 1조원이 넘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공급했다. 작년 한 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액이 751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출 잔액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전체 대출 잔액 가운데 24%는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한 것이다. 내년에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2%까지 높여야 한다.
 
문제는 케이뱅크와 대주주가 원하는 기업가치와 시장이 판단하는 기업가치 간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비씨카드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작년 재무적투자자들에게 동반매각청구권(Drag-Along Right)을 부여했다. 행사 조건은 '케이뱅크가 합의한 조건으로 상장하지 못할 경우'다. 작년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신주의 가격을 주당 6500원으로 했다. 이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라면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원하는 가치가 있을 텐데 증자시 정했던 주당 금액을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는 투자자들 성에 안 찰 것"이라며 "시장의 평가와 괴리가 클 경우 상장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케이뱅크 기업가치의 '바로미터'인 카카오뱅크(323410) 주가가 힘을 못 쓰는 것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 PBR(주가순자산비율) 거래배수는 7.3배였다. 주가 하락으로 현재 PBR은 1.4배까지 떨어졌다. PBR 2배를 적용해도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4조원 안팎이다. 케이뱅크 경영진과 KT 측이 원하는 기업가치는 7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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