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V 전환 등 최소 84조원 +알파…현금성자산 총 33조원3년 차부터 내부 조달 어려움…벌어들이는 당기순이익 등 중요회사채 시장도 '한파'…"재원 마련 방법은 비공개"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차 시장 전환을 위해 향후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면서 자금 조달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밝힌 투자금을 따져보면 올해부터 4년간 84조에 가까운 투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당장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과 매년 벌어들이는 당기순이익 등으로 감당하기는 버거운 상황이다. 이에 외부 자금 조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1일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향후 2025년까지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현대모비스(012330)를 중심으로 국내에 63조원, 미국 현지에 약 1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난 12일에는 2030년까지 미래차 시장 대비를 위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 전환을 위해 18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다만, 18조원 중 일부는 앞서 밝힌 73조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이 금액을 조달할 수 있는지 여부다. 단순 계산으로 2025년까지 4년간 약 84조원(63조원+13조원+8조원)이 필요한 상태다. SDV 투자금 18조원은 2030년까지 매년 2조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계산했다. 즉, 2025년까지 매년 21조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상황 변화에 따라 투자금의 일부 조정도 예상된다. 미국 투자자금 중 공장건설 이외 일부 투자금의 투자 시기도 함께 논의 중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차그룹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연결 기준 16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 7조원, 기타금융상품이 10조원에 달한다. 당장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33조원 규모다. 이 때문에 당장 1~2년은 모아 놓은 현금과 금융상품 등으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모아 놓은 현금과 금융상품을 다 소진했을 경우 그 다음 투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여부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그룹이 매년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인지가 중요해진다.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5조6931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19조2455억원, 2019년에는 3조1856억원을 기록했다. 3년 평균 당기순이익은 9조3747억원을 기록했다.
2년 차까지는 현금과 금융상품 등으로 재원 조달이 가능하겠지만, 3년차부터는 평균 당기순이익으로 한 해에 투입되는 평균 투자금 21조원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살펴봐야 된다. 올해 상반기에는 4조5848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4098억원, 1조1764억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했다.
3년 차부터는 외부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급한 기업들이 은행 창구로 몰려가고 있지만 10% 가까운 고금리가 대부분이다. 현대차와 기아도 지난해 회사채 시장에서 7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했지만 올해는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이 182.6%에 달한다.
21조원은 10% 금리로 1년만 빌려도 이자만 2조1000억원이 소요된다. 현대차그룹에 다행인 점은 그룹의 신용등급이 높아 보다 저렴한 금리로 자본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AA+(안정적), 기아도 AA(긍정적)의 신용등급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에 금리 고공행진이 멈춘다면 향후 회사채 등으로 자금조달이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예산(투자금액) 배분 계획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며 “재원 마련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한편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은 부채보다 오히려 현금이 많은 상황으로 회사 자체 신용도도 괜찮은 편”이라며 “향후 수년에 걸쳐 투자를 하기 때문에 자금 마련에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