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기업에 있어 기업공개(IPO)는 성장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단 한 번뿐인 이벤트다. IPO를 준비하는 기업은 기술과 성장성을 무기 삼아 가치를 인정받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제2의 도약을 도모한다.
이러한 IPO가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세계적 추세로 떠오르며 IPO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적 투명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고, 과포화 상태에 진입한 주식시장은 상장 문턱이 높아지며 심사에서 고배를 마시거나 중도 포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본격화된 증시 부진은 IPO 시장에도 한파를 불러왔다. 2020~2021년 잇따랐던 대어(大漁)급 IPO 소식과 공모주 투자 흥행 가도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게 했으며, 상장과 동시에 ‘따상(공모가의 두 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달성)’은 당분간은 옛말로 남아있을 분위기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IPO를 준비하는 기업은 기존 시장구조 또는 질서와 충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성장하는 기업은 기존의 질서와 갈등하고 반목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여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정훈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이 가운데 IPO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곳이 있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법률자문을 통해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무사하게 증시에 입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무법인 ‘태평양 IPO팀’이다.
이들은 국내 증권사들뿐만 아니라 JP모건과 메릴린치, 크레디트스위스,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해외판매분에 대한 주관업무를 하거나 국내회사 주식·주식형 증권을 해외에 상장 또는 판매하는 외국 증권사들도 활발하게 자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며 IPO팀의 명성을 키워 온 사람이 있는데, 바로 이정훈 변호사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제34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이 변호사는 IPO 업계 스타급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2019년 초 태평양에 합류해 IPO 법률자문을 맡아오고 있다. 그는 SK바이오팜과 빅히트, 넷마블게임즈 등 빅딜일 수임했던 주인공이기도 하며, 그가 진행한 IPO 법률자문은 50건 이상에 달한다. 또한 삼화페인트공업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흥국자산운용 론펀드 설정, 우리은행 신성장기업펀드 설정 등 메자닌 투자·인수금융 및 PF 기타 일반대출거래 자문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이정훈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국내 IPO 법률자문 시장에서 명성이 드높다. IPO 법률자문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다. 주니어 시절에는 금융시장 전반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했다. 그러면 다방면으로 전문성을 쌓게 되는데, 시장·수요·업계 상황 변화 등과 맞물리면서 자연스레 IPO 분야를 조금 더 집중적으로 하게 됐다.
-IPO에서 법률자문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환경이 선진화될수록 투자자와 발행회사, 주관사 보호 의무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IPO 법률자문이 대형회사를 제외하곤 거의 드물었다. 증권사들이 회계 실사만 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이것이 투자자나 발행회사에게 무한책임을 지게 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IPO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법률적 위험요소, 분쟁 가능성 등을 최소화하고 적극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발행회사 입장에서도 법률자문을 통해 내부적 이슈를 검토 받는다면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최근 바이오와 IT 등 실적이 좋지 않은 성장성·기술성 기업들을 중심으로 IPO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현재와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 IPO 법률자문시 다소 까다롭다고 느끼는 업종이 있나?
△특별히 까다롭다고 느끼는 업종이 있지는 않다. 업종이 다를 뿐 매출·매입, 투자 현황, 이사회 규정, 내부 정관 등 기본적으로 기업으로서의 공통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동일한 구조 안에 업종별 다른 특성이 반영돼 있을 뿐이다. 다만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들은 순탄하게 IPO가 진행되지만, 바이오기업과 같은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경우 다소 모험적인 측면이 있다. 실적이 아닌 기술을 갖고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투자자로서도 회사가 가진 기술이 상장 이후에도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을 만한 것인지 판단해야 해서 ‘모 아니면 도’일 것이다.
특히 투자 유치 현황을 유심히 보게 되는 데, 그나마 회사의 실적이 보이는 시리즈C 단계는 괜찮다. 그러나 시리즈A~B나 초기 투자의 경우 굉장히 가혹한 조건들이 많다. 투자자 입장에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단계이기 때문에 우선매수권, 콜옵션(매도청구권),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등 각종 발행회사에 불리한 조건들이 많이 붙어있다.
-짧은 사이 공정거래 3법 등 자본시장 관련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또 다른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IPO 법률자문 수요에도 변화가 있으리라 보나?
△요즘 가장 큰 변화는 물적 분할 규제 강화다. 기존에는 물적 분할을 했을 시 3년 정도 지나면 상장할 수 있었는데, 현재는 기간이 5년으로 늘어났다. 경영 참여형 투자사 입장에서 투자금 회수 기간이 늘어난 셈이다. 결과적으로 투자자가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게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법률이 개정됐다고 해서 정권교체로 인해 나타나는 변화라곤 볼 수 없다. 자금의 속성은 결국 같고 자금을 주고받는 주체들의 불편 등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모른다.
-넷마블게임즈, SK바이오팜 등 두드러진 성과를 일궈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최근에 진행했던 건들은 모두 기억에 남지만, SK바이오팜이 꽤 인상적이었다. 당시 우리가 했던 가장 큰 건이었고, 굉장히 오래 걸리기도 했다. 특히 SK바이오팜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에선 특이한 경우다. 제약·바이오업계 시장이 한창 커질 적 신약 개발만을 목표로
SK(034730)에서 분사해 독자적인 경영을 추진한 보기 드문 사례다.
-본인이 가진 강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험이다. 여태 법률자문을 진행하면서 큰 기업, 작은 기업, 관료적인 기업, 신생 기업 등 많은 유형을 경험했다. 모두 다른 특성과 색깔을 갖고 있다. 그에 따라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자문을 맡게 됐을 때 기업 특성에 따라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눈에 띈다.
-앞으로 목표하고 있는바가 있나?
△경험을 쌓고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게 목표다. IPO는 기업 입장에서 결혼 또는 출산과 같은 것이다. IPO 전후로 모든 상황이 바뀐다. 그만큼 기업에 있어 평생 한 번뿐인 중요한 이벤트인데, 우리는 이 과정에서 이들을 지도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것이다. 맡은 기업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