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대화제약(067080)의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전환사채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요청에 대응하면서 현금을 소진하고 있다. 매년 300억~500억원 규모의 투자금 상환이 이뤄지면서 빚이 불어난 가운데 600억원대로 늘어난 단기차입금은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대화제약 전경. (사진=대화제약)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화제약의 제1회차 전환사채(CB) 투자자는 지난달 29일 투자원금과 이자를 더한 3억2100만원 규모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했다.
이번 풋옵션 행사로 지난 2019년 3월 200억원에 발행한 1회차 CB는 전량 소진됐다. 해당 CB는 대화제약이 횡성에 패치제 생산 관련 제4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설립 이후 처음으로 발행한 CB다. 라임자산운용과
삼성증권(016360), 하나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금융증권 등 재무적투자자(FI)로 이뤄진 CB 투자자는 2020년 12월29일(9억3150만원), 2021년 6월29일(94억500만원), 12월29일(36억9250만원), 2022년 6월29일(5억3250만원) 네 차례에 걸쳐 약 146억원 규모 풋옵션을 행사한 바 있다. 이번 다섯 번째 풋옵션 행사를 통해 총 150억원의 투자금이 회수됐다.
전환가액은 발행 당시 2만1154원이었으나, 2019년 7월과 9월 두 차례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으로 최저 조정한도(전환가액의 70%)인 1만4808원까지 하락했다. 발행한 지 반년 만에 리픽싱 한도에 도달한 셈이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자 CB 투자자들은 2020년 말부터 이른 자금 회수에 나섰다. 마지막으로 상환이 이뤄진 9월29일 회사의 종가는 1만1900원으로 전환가액(1만4808원)과 19.6%의 괴리율을 보이는 상황이었다.
나머지 CB 잔량은 보통주로 전환됐다. CB 투자자는 2020년 9월(2일·23일), 2021년 1월(12일) 세 차례에 걸쳐 총 39만1676주에 대한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당시 종가가 전환가액보다 작게는 4.7%, 크게는 29.3% 상회해 주식 전환을 통해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화제약 입장에서는 CB가 모두 소진되면서 빚 부담은 덜었지만, 대부분의 사채대금이 풋옵션으로 빠져나간 만큼 결과적으로 현금흐름상 손실을 보게 됐다.
문제는 회사의 현금유동성이 넉넉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연결기준)은 35억원으로 지난해 말(40억원)보다 12.5% 정도 줄었다. 유동성 금융자산을 포함하면 145억원의 여유분이 생기지만, 226억원의 CAPEX(자본적 지출) 규모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667억원의 단기차입금이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차입금은 상장사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차입금으로 상환 부담이 크다고 평가된다. 유동성 위기를 급하게 피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단기 차입은 기업으로서 선호하지 않는 조달 방식으로 꼽힌다.
대화제약은 수년간 꾸준히 단기차입금 빌리기와 갚기를 반복해왔다.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회사의 5년(2017~2021년)간 단기차입금 증가액은 2002억원, 상환액은 1897억원이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분을 더하면 각각 2271억원, 2094억원이다. 매년 회사의 현금 곳간을 웃도는 단기차입금을 상환해 왔지만, 증가 규모가 더 큰 탓에 대폭 불어난 것이다.
영업현금흐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차입금이 늘어나니 재무안정성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지난 2017년 347억원 수준이었던 순차입금(현금성자산-총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763억원으로 119.9% 증가했다. 이외에도 대화제약의 부채비율은 145.1%, 차입금 의존도는 45.2%로 안정권을 한참 벗어났다.
대화제약은 향후 추가 자금 조달 계획 여부에 대해 함구했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추가적인 자금 조달 계획이 있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논의된 바 없다”라고 답변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