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한 서울시의 행정처분 연기로 올해 남은 기간 추가 수주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올해 신규 수주를 늘리며 '1조 클럽'에 가입한 가운데, 줄어드는 수주잔고를 방어하기 위해 남은 기간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공공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아현1구역 등에 등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사옥이 위치한 아이파크몰. (사진=HDC현대산업개발)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애초 지난달 내려질 예정이었던 서울시의 행정처분 결정이 연기됐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 8월 변호사, 기술사 등이 주재하는 청문을 진행했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의 추가 소명 요청과 '추가 청문이 필요하다'라는 청문 주재자의 의견 등을 반영해 추가 청문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가 청문은 특이사항이 없는 한 올해 안에 진행될 계획"이라며 "그러나 아직 정확한 청문 일정이 잡히지 않은 만큼, 실제 행정처분이 언제 내려질지는 현시점에서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은 당분간 정상적으로 수주 활동 등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업계에서는 최소 장기간의 영업정지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실제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그 기간만큼 신규 사업을 수주할 수 없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총 1조307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9838억원) 대비 4.8% 증가한 금액이다. 올해 수주한 3건의 사업 모두 지난 1월 '화정 사고' 이후 따낸 것으로,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파격적인 조건들을 내세운 것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월 수주한 안양 관양현대 재건축에 후분양으로 3.3㎡당 4800만원의 분양가를 보장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또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해 사업비 2조원을 조달, 이주비 등을 지급하겠다고 제시했으며, 사업추진비로 가구당 7000만원을 지급할 것과 공사비 인상 없는 확정 공사비도 약속했다.
이어 같은 달 수주한 노원구 월계동신 재건축에도 공사비 인상 없는 확정 공사비와 미분양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대물변제 등을 내세웠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이 내세운 조건들을 살펴보면 수주를 위해 무리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추가 신규 수주가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주 실적은 나쁘지 않지만 사고 여파로 이미 수주한 사업장에서 시공 계약 해지 통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은 부산 시민공원촉진3구역 재개발, 안양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 등의 사업장에서 계약 해지 통보를 잇달아 받았다. 이에 따라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33조634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0조9510억원으로 감소했으며, 특히 외주 주택 수주잔고가 20조887억원에서 18조876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남은 기간 HDC현대산업개발은 공공재개발로 진행되는 아현1구역을 포함해 추가 수주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현1구역은 일대 정비사업지 중 규모가 가장 크고,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중에서도 면적이 제일 넓다. 부지면적은 10만5609㎡에 달하며, 공공재개발이 진행되면 최대 3115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면적이 넓은 만큼 공사비 규모도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현대엔지니어링과 손잡고 총 공사비 6614억원 규모의 용두1구역(6지구) 공공재개발 사업을 수주했는데, 해당 실적을 발판 삼아 아현1구역에 도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외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은 강동구 삼익파크아파트 재건축,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강북5구역 공공재개발 등의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앞으로도 사고 수습과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또한 공공재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이며, 도시재생사업뿐 아니라 민간임대사업 등 도시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하는 기업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