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한화손해보험(000370)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이어 유상증자까지 나서면서 자본확충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개선되고 있는 수익성과 달리 지급여력(RBC) 비율이 악화되며 재무건전성 우려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손해보험이 이번 조치로 금융당국 권고치를 다시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850억원 상당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앞서 지난 5월에도 신종자본증권으로 1500억원을 조달했는데 4개월 만에 다시 자본성증권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이는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RBC 비율이 금융당국 최소 권고치인 150%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화손보는 올해 상반기 기준 RBC비율이 135.9%로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이 2조178억원이고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은 1조4852억원으로 확인된다. 이번 사채 발행으로 가용자본이 늘어나면 RBC비율은 기존보다 5.7%p 상승한 141.6%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실질적으로 영구적이기 때문에 기간이 지날수록 자본 인정 비율이 떨어지는 후순위채권과 달리 발행 금액의 전부가 온전히 자본으로 인정된다. 이번 사채는 만기가 30년이지만 발행사 선택에 따라 상환되지 않는 경우 자동적으로 연장된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유상증자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손보는 지난 27일 기명식 전환우선주식 3800만주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했다. 인수인은 계열사이자 대주주인
한화생명(088350)이며 발행금액은 1900억원이다.
해당 자금의 추가적 유입에 따라 가용자본은 2조2928억원으로 증가하고 RBC비율도 154.4%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채권 발행으로 수치가 개선된 것 외에 다시 12.8%p 오르게 되는 셈이다.
다만 이러한 추정은 요구자본을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고정하고 계산한 것으로서 실제 수치는 이와 다소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요구자본이 커지면 계산식에서 분모가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RBC비율은 그만큼 하락하게 된다.
요구자본인 지급여력기준금액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보험위험액 △금리위험액 △신용위험액 △시장위험액 △운영위험액 등이 있는데, 특히 최근에는 금리상승으로 관련 리스크가 커지면서 금리위험액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손보의 금리위험액은 지난해 4분기 3664억원 수준에서 올해 1분기 4051억원으로 증가했는데 2분기에는 841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또다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은 만큼 국내 기준금리도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금리위험액이 얼마나 오를지가 RBC비율 유지가 관건으로 풀이된다.
(사진=한화손해보험)
한화손보는 현행 RBC비율 체제가 올해 끝나고 내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킵스)가 도입되는 만큼 RBC비율 수치를 당국 권고치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새 회계제도에서 나타날 긍정적인 효과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새로운 회계 체제에서는 기존과 달리 보험부채를 계약 시점의 원가평가가 아니라 결산기 시장금리를 반영한 시가평가로 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보험부채할인율이 오르고, 이로 인해 부채에 대한 필요 적립금인 책임준비금이 감소하게 된다. 책임준비금은 보험영업에서 비용으로 적용하는 만큼 이익잉여금과 자본은 증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정원하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의 RBC비율 하락은 금리변동에 따른 시가평가 영향이 자산에만 나타나는 현행 회계기준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라면서 “킵스에서는 자산과 부채의 상대적 금리민감도에 따라 자본적정성 수준이 결정된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 연구원은 “한화손보는 상반기 기준으로 IFRS17 적용시 2.7조원 이상의 순자산 증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킵스 기준의 자본적정성 지표는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내년도 회계기준에서는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고, 보험수익 인식 방법이나 회계상 이익의 표시 방법 등에서 여러 변화가 나타난다”라면서 “아직 정확한 수치까지는 추정하기 힘들지만, 자본적정성 지표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