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벌크선 강자
팬오션(028670)이 LNG선 강화에 속도를 내며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 기조에 연합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LNG 운송사업 확대’를 이유로 올해만 LNG선 시설투자에 1조3400억원을 투자했다. LNG선 투자를 시작한 3년 전으로 범위를 넓히면 총 투자금액은 2조4077억원에 이른다.
팬오션 LNG선.(사진=팬오션)
같은 기간 LNG선 대선 계약도 꾸준히 진행해 3년간 누적된 대선계약금만 3조1626억원에 이른다. 단순 산술로 팬오션은 LNG선을 건조해 대선하는 것만으로 1조원 이상 매출을 거둘 전망이다. 대선은 배를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이 LNG 사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매출액만으로는 이익 규모를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팬오션 매출 73%를 차지하는 벌크선(건화물)이 바다 위에서 퇴출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IMO는 2020년 벌크선에 사용되는 벙커씨유 등 선박연료유에 포함된 대기오염물질 황산화물(SOx)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했다. 해운사들은 대기오염방지를 위해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황산화물 저감장치인 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했다.
문제는 저유황유와 스크러버 설치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저유황유는 넘치는 수요에 2020년에만 2배 가까이 가격이 폭등했다. 통상 대형 선박의 한해 유류비용은 2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강화된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유류비가 2배로 늘어나 이익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크러버 설치에도 1척당 약 40억~60억원이 소요돼 비용이 상당하다. 기존 벌크선은 환경 규제로 비용이 급증하며 설자리를 잃고 있다.
포스코에서 지난해 세계 최초로 황산화물을 벙커씨유보다 99% 줄인 LNG연료를 사용한 친환경 벌크선이 시험 운항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현행 벌크선에 LNG연료를 적용한 사례는 알려진 바 없다. 팬오션도 포스코 등과 선박연료 온실가스 70% 감축을 목표로 ‘차세대 친환경 스마트 벌크 선박 연구’를 추진 중이나 상용화 시기는 미지수다.
상황이 이렇자 IB업계에서는 팬오션의 LNG 사업 진출이 해운업계의 친환경 재편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고 판단한다. 비용을 줄이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선박인 LNG선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LNG선은 LNG선은 LNG를 운반하며 LNG 연료로 사용하는 배를 말한다. 특히 LNG연료는 벙커C유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팬오션의 LNG 사업 진출이 2020년이라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2020년은 해운업계 친환경 규제가 강화된 해다. 유럽발 에너지 대란으로 LNG선 수요가 높아진 점도 팬오션의 관련 사업 확대에는 긍정요소다. 팬오션은 LNG선을 현재 3척에서 2024년 8척(LNG선 7척, 벙커링 1척) 더 추가해 사업을 확장할 전망이다.
팬오션은 투자여력도 충분한 상태다. 흥국증권은 올해 연말 기준 팬오션의 현금성자산이 1조2200억원으로 지난해(5320억원) 보다 129.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익잉여금도 올해 1조7140억원을 달성해 전년(8510억원) 대비 101.4% 증가할 전망이다. 부채비율은 71.9%로 전년(80.4%)보다 8.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적으로 재무지표가 과거 대비 개선될 전망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해 주요 벌크선사들의 주가도 최근 조정을 경험했다”라며 “LNG 사업 확대는 향후 벌크 시황 변동에도 장기 이익 성장을 가능케 할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근 흥국증권 연구원은 “벌크선은 석탄이나 철광석 등을 운송해 친환경에 맞지 않는 하향산업으로 여겨졌다”라며 “(친환경 흐름에 발맞춰 팬오션이) LNG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