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엔에프, 미국 진출 노선 수정…시나리오는 독자? 국내합작?
미국 업체와 JV 설립 불허 이후 '고민'…여러 방안 다각도 검토
단독 진출 재무부담 커 국내 업체 협업 시 이익
JV 완전히 막은 것 아니라는 평가도
공개 2022-09-22 15: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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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이차전지 양극재 소재기업인 엘앤에프(066970)가 미국 공장 설립 계획이 불발되며 노선을 수정해 미국 진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 차원에서 미국 업체와의 조인트벤처(JV) 설립을 불허했지만 엘엔에프가 독자 진출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국 공장 건설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님을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전기차 침투율이 10%에 불과해 관련 업체들이 앞다퉈 진출 의욕을 보일 만큼 블루오션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어 엘엔에프의 의지도 강한 상태라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다만, 국내 공장 증설 등으로 엘앤애프의 재무여력이 단독 공장을 세우기에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내 업체와 함께 진출할 경우 재무부담은 줄면서 단독 진출과 같이 기술 유출 우려가 해소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정부가 미국 업체와의 합작공장 설립을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엘앤에프가 미국 업체와의 JV 설립을 재시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최근 정부가 ‘국가핵심기술 보호’를 이유로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와의 미국 내 JV 공장 설립을 불승인한 이후 단독 진출을 포함한 핵심기술 보호 방안을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엘앤에프 기술연구소.(사진=엘앤에프)
 
먼저 엘앤에프가 미국 단독 진출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국비 지원을 받아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엘앤에프는 정부지원을 받아 니켈 함량이 높고 에너지 밀도를 높인 하이니켈 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양극재 개발에 성공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국비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보호, 유출 방지 조치가 부족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비로 엘앤에프가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기술을 개발한 만큼 정부에서는 해당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출 늘어도 대규모 시설투자로 당기순손실
 
그러나 문제는 엘앤에프가 미국에 단독 공장을 설립할 수 있을만한 돈이 있는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당기순이익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7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후 2020년과 2021년 각각 15억원, 443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엘앤에프는 같은 기간 88억원, 150억원, 11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엘앤에프가 최근 3년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가장 큰 이유로는 양극재 공장증설에 따른 비용 투자가 지목된다. 공시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2020년(2100억원), 2021년(1976억원) 진행한 시설투자를 올해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2년간 영업이익의 수십배에 해당하는 비용이 시설투자에 사용된 셈이다.
 
시설투자는 올해도 이어졌다. 엘앤에프는 지난달 22일에도 대구 엘앤에프 구지 3공장 신규증설을 위해 6500억원, 자기자본의 102.33% 규모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신규증설은 2024년 8월31일까지다. 2년여간 시설투자금으로 올해 예상 영업이익의 두배가 넘게 소요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공장 단독 건설에 나선다면 재무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051910)은 중국기업 화유코발트와 경북 구미에 짓는 6만톤 규모 양극재 공장에 4754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포스코케미칼도 제너럴모터스(GM)와 캐나다 퀘백주에 3만톤 규모 양극재 공장 설립을 위해 3억2700만 달러(약 4560억원) 투자를 결정지었다. 두 사례가 JV임을 감안하면 엘앤에프의 해외공장 단독 건설에 조 단위 투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는 엘앤에프가 올해 27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대규모 해외투자가 진행될 경우 손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재무부담 증가가 불 보듯 뻔해서다. 실제 엘앤에프는 지난 5월24일 운영자금 및 중장기 투자금 조달을 이유로 자사주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자사주 100만주(2766억원) 규모다.
 
 
국내 업체와 협업 시…기술유출 회피, 재무부담 경감 가능
 
일각에서는 엘앤에프가 국내 업체와 JV를 맺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기업과 협업하면 정부에서 제기한 기술 유출 위험도 피하면서 재무부담 경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부가 해외 JV 승인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핵심 기술 보호 조치’ 여부와 ‘JV 통제권 여부’ 등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고민하는 기술력 해외 유출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단독 진출이나 국내 기업 간 JV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 간 협업이라면 산업부의 해외 공장 설립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레드우드 머티리얼즈가 폐배터리업체인 점을 감안해 국내 관련 기업과 협업 가능성도 제기된다. 폐배터리 기업은 다 쓴 전기차 이차전지 배터리에서 소재를 분류해 재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소재업체 입장에서는 폐배터리업체가 분리한 소재를 다시 이차전지로 만들 수 있어 원자재 수급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엘앤에프와 국내 폐배터리 기업의 협업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엘앤에프가 기존 계획의 ‘미비점 보완’에 초점을 맞출 거란 추정이다. 일각에서는 앞서 JV로 해외 진출한 국내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과 엘앤에프의 공장 설립 계획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가 IRA에 대항해 이번 JV를 불승인하는 것으로 미국에 실력행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엘앤에프가 ‘심의 시 미비했던 점을 보완해 재심의 요청을 진행할 것’이라 밝힌 만큼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와의 계약 내용에서 조정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아직까지 국내기업과의 협업보다 기존 JV의 계약 내용 조정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연구원은 “(JV 불승인은)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차원으로 예상되는데 엘앤에프의 보안체계 강화나 진출방식 변경으로 대응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해외 진출 방법상의 문제라면 계약구조를 조정하고 지분투자 형태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엘앤에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외공장) 단독 진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기업과의 협업 진출에 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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