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프론, 유동성 경색 위험…투자자 돈 뺄까 '노심초사'
CB 전환가액 주가보다 32% 높아…풋옵션 발생
보유 현금 웃도는 단기차입금…유동성 경색 우려
유동성 확보 안간힘…유증 실시하고 메자닌 발행
공개 2022-09-23 08:30:00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1일 14:5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메디프론(065650)이 주가의 날개 없는 추락에 유동성 경색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지난해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풋옵션 효력 발생 당일 소규모 풋옵션 행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환가액은 여전히 시가보다 30% 이상 비싼 상황이다.
 
메디프론. (사진=메디프론)
 
리픽싱 한도 도달한 CB, 풋옵션 효력 발생 당일 상환 청구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디프론은 지난 15일 1억원어치의 CB를 만기 전 취득했다. 이는 해당 CB를 발행하며 조달한 금액 40억원 중 2.5% 정도에 불과한 규모지만, 시장은 풋옵션 효력이 발생한 당일 취득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1년 사이 6차례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을 거쳤음에도 전환가액이 회사의 현 주가와 32%의 괴리율을 보이고 있어 추가 상환 청구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분석이다.
 
메디프론은 지난해 9월 제10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CB를 발행해 40억원을 조달했다.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2%로 투자자는 중도에 받을 수 있는 이자수익이 없다. CB는 키움증권(039490)이 인수했다. 제로금리 CB에 투자한다는 것은 전환권 행사 가능 시기가 왔을 때 주식 전환을 통한 시세차익에 베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가가 CB 전환가액보다 높게 형성돼야 투자자가 보통주로 전환해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메디프론의 주가는 CB 발행 이후 1년 동안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왔다. 발행 당시 2835원(2021년 9월15일 종가)이었던 주가는 풋옵션 효력 발생일인 이달 15일 1610원으로 반토막 났다. 현재는 1565원(20일 종가)이다. 주가 하락으로 인해 전환가액 또한 2961원에서 리픽싱 한도(최초 전환가액의 70%)인 2073원까지 떨어졌다.
 
메디프론의 주가가 향후에도 회복하지 못해 전환가액 이상으로 오르지 않으면 투자자의 CB 상환에 따른 자금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메디프론의 주가 현황. (사진=네이버 금융)
 
문제는 메디프론의 현금 보유고가 썩 여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메디프론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33억원에 불과하다. 회사는 상반기에만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손실 규모가 57억원을 기록했으며 ‘예치금의 증가’로도 약 180억원의 자금 소요가 발생했다.
 
재무안정성의 경우 상반기 기준 유동비율 145.2%에 부채비율 17.3%로 양호한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성차입금(57억원)이 총차입금(61억원)의 93%에 달하는 데다가 현금및현금성자산(33억원)을 상회하고 있어 단기 상환 부담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가 CB 상환에 나서면 단기적 유동성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9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경우 지난해 1월 80억원 전량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로 소진된 바 있다. 당시 반기보고서에는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상환’으로 80억원의 현금 유출이 잡혔고, 이에 따라 현금및현금성자산도 2020년 말(134억원)보다 91억원 줄어든 43억원을 기록했다.
 
 
 
저조한 현금창출력…재무활동으로 유동성 확보 총력
 
1997년 설립된 메디프론은 2003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알츠하이머성 치매치료제 개발기업이다. 최대주주는 메디프론의 지분 10.36%를 보유한 티사이언티픽(057680)이다. 눈에 띄는 연구개발(R&D)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탓에 2012년 이후로 줄곧 순손실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IT 사업과 가정간편식(HMR) 사업에서 매출을 내고 있지만, 매출원가와 R&D 비용 등 판매관리비 감당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메디프론의 최근 5개년 순손실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115억원, 2018년 –56억원, 2019년 -18억원, 2020년 –35억원, 2021년 –68억원이며, 올해 상반기에도 –6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누적된 결손금은 550억원으로 2019년 말(381억원)보다 44.4% 확대됐다.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잉여현금흐름(FCF)은 2017년 –12억원에서 2021년 –39억원, 올해 상반기 –59억원으로 나타났다. 선제적 투자 집행으로 상반기에 비용 발생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작지 않은 규모다.
 
메디프론은 유동성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6월 11회차 CB를 발행해 50억원의 자금을 확충했으며, 같은 달 두 번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18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지난달에도 12회차 CB를 발행하며 30억원을 조달했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유동성 확보 계획을 듣기 위해 수차례 메디프론 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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