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아름 기자] 최근 현대오일뱅크가 IPO(기업공개)를 철회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오일뱅크 IPO 무산으로 지주사인
HD현대(267250)를 비롯한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의 재무안정성 및 신용도 개선에 부담이 가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현대오일뱅크가 예고했던 신사업 추진에도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9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IPO 철회로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의 재무안정성 개선 속도가 둔화되는 한편, 신용도 개선에도 부담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오일뱅크 IPO를 통해 2조~3조원의 자금을 확보한 뒤 신사업 투자를 예고했다. 수소·암모니아 선박, 전기 추진 솔루션 등 친환경 선박에 관한 연구개발(R&D)과 AI(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선박·자율운항 기술 등이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올해 7월 돌연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최근 증시 부진으로 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적정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오일뱅크의 IPO는 그룹 지주사인 HD현대의 미래전략과 맞닿아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추진 중인 3대 신사업(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블루수소)은 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핵심 전략을 주도한다. IPO 철회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수소 관련 투자 계획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대주주인 HD현대는 2019년 차입부담이 증가해 재무안정성이 저하된 상태다. HD현대는 2018년까지 보유자산 매각, 유상증자, 구조조정 등 대규모 자구안을 이행해 재무안정성 지표를 개선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정유화학 부문의 투자소요가 확대되고,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요 계열사들의 사업실적이 저하되면서 차입부담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열위한 현대두산인프라코어 계열 편입으로 부담이 확대됐다. 실제 HD현대의 올 상반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2%, 차입금의존도는 31.9%를 기록했다.
신호용 나이스신평 책임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 IPO 철회는 현대중공업 계열 전반의 재무건전성 및 신용도 측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현대중공업 계열의 정유화학 부문을 제외한 핵심 사업인 조선 부문이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선제적으로 반영했고, 올 하반기부터 신조선가를 반영한 수주 물량이 순차적으로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계열의 적정 수준에서 리스크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