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통 큰 투자' 불구 재무구조 호전 시그널
3년간 M&A 투자금으로 조단위 투자…에이치앤지케미칼 설립 등
“재무부담 경감 계획 갖춰 상환 부담 낮아”
공개 2022-09-21 08:30:00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9일 15:3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한화솔루션(009830)이 태양광 기업으로 탈바꿈 하기 위한 통 큰 투자에도 재무 상태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 기업으로 떠오르며 기대가 실리고 있지만 2019년부터 조단위 투자를 이어오며 재무부담이 상당해 우려의 시선이 교차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한화솔루션은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의 매출 증가에 그치지 않고 재무건전성까지 호전되고 있어 변화의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19일 한화솔루션에 따르면 GS에너지와의 합작회사인 에이치앤지케미칼을 설립하고 지분 51%를 취득하기 위해 1203억6000만원의 현금출자를 할 계획이다. 지분 취득예정일자는 내년 3월31일이며 에이치앤지케미칼은 한화솔루션 연결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합작회사(JV) 설립 후 신규투자 자금 등으로 양사가 총 5900억원을 투자하며 이 중 한화솔루션의 순투자 금액은 4743억6000만원이 될 전망이다. 
 
한화큐셀 진천 공장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사진=한화큐셀)
 
지난 7일 한화솔루션은 보도자료를 통해 태양광 추가 투자 의사도 밝혔다. 충북 진천 큐셀공장에도 태양광 셀·모듈 라인 전환에 1300억원, 충북 음성 공장에는 태양광 EVA(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 시트 공장 증설을 위해 417억원 등이다. 에이치앤지케미칼에서도 태양광 모듈용 시트 핵심 소재인 EVA를 생산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은 한화그룹과 이번 JV의 물량을 포함하면 향후 연간 92만톤의 EVA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글로벌 1위 EVA 기업인 미국 엑슨 모빌(79만톤)의 생산 능력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IRA 시행에 따라 미국은 태양광과 풍력에 300억달러(약 40조3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거의 중국과 한국 기업 중심으로 재편돼 있는 상황에서 IRA 는 사실상 탈중국 법안이다. 이에 한화솔루션의 적기 투자는 향후 성장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IRA가 도입되며 미국에 태양광 모듈 투자 시 매년 와트당 7센트의 세제혜택 수혜를 받을 수 있다”라며 “모듈 1기가와트(GW) 가동 시, IRA로 인해 매년 935억원(70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받아 투자비 회수기간이 기존 7~8년에서 2년 내로 단축된다. 투자유인이 크게 늘어 세제혜택을 중심으로 투자를 검토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자금력이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중국과 한국으로 양분된 가운데 한화솔루션은 저가공세를 펼치는 중국에 치여 다년간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 영업이익 측면에서만 따지면 한화솔루션의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 성적은 신통치 않다. 올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2분기에 겨우 흑자로 돌아섰을 정도다.  여기에 2019년부터 이어진 신재생에너지 관련 대규모 인수·합병(M&A)나 시설투자 등은 한화솔루션의 재무구조의 약한고리가 됐다.
 
차입부담 아직 높은 수준이지만 점진적 개선 중
 
한화솔루션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조단위 투자에도 재무지표가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사업에서 M&A 등 투자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관련 투자는 2019년 301억원, 2021년 1조897억원, 2022년 4743억원 등이다. 3년여간 1조6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최근 5000억원 상당 태양광 투자 금액을 더하면 2조원을 훌쩍 넘는다.
 
그 사이 한화솔루션의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포함) 매출도 2019년 3조5552억원, 2020년 3조7023억원, 2021년 3조5685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총차입금도 6조6169억→6조444억→6조3938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차입금의존도는 6월 기준 32.2% 수준으로 아직 위험수준인 30%를 넘어서고 있지만 2019년 42.2%에서 10%나 낮아졌다.
 
 
  
공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의 올해 당반기 기준 총차입금은 6조9770억원으로 작년말(6조1121억원) 대비 8600억원가량 늘었다. 여기에 상환기간이 1년 미만으로 다가온 단기성 차입금도 3조1480억원으로 총차입금의 절반 수준이다. 당반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9052억원으로 단기차입금을 해결하지 못한다. 다만 유동성 전환 가능한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이 약 2조원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특히 한화솔루션의 재무체력 향상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순운전자본의 상승이다. 순운전자본은 연간 기업 운영 필요 비용을 뜻한다. 마이너스일 경우 쓸 돈보다 갚아야 할 돈이 많아 재무부담이 큰 것으로 인식한다. 한화솔루션은 2019년에는 순운전자본이 –5083억원이었으나 당반기 9326억원을 기록해, 3년여 동안 1조5000억원가량 증가했다. 1배 이하를 부실비율 척도로 인식하는 이자보상배율도 2019년 2.05배에서 꾸준히 상승해 당반기 4.8배를 기록했다.
 
김성진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올 3월말 연결 기준 단기성차입금은 3조943억원이며, 유동성장기차입금 2조2995억원, 유동성사채 7096억원, 유동성리스부채 852억원으로 단기성차입금 규모가 현금성자산을 상회하고 있다”면서도 “회사의 에비타(EBITDA, 상각 전 영업이익) 창출력 및 자산유동화 계획 등을 감안할 때 단기적인 차입금 상환부담은 낮은 수준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첨단사업도 포기
 
과도한 투자에 재무건전성이 우려되자 한화솔루션은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지난해 4월 한화와 공동투자하기로 한 1600억원 상당 질산밸류체인 투자를 포기한 것이다. 당초 한화솔루션은 질산이 반도체, 산업용 화약, 폴리우레탄 등 전 사업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만큼 투자를 결정지었다.
  
한화솔루션은 차입금 증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재무·투자 부담이 동시에 가중되자 투자를 철회했다. 이는 태양광 투자 광폭행보와 온도차가 있다. 다른 투자 부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투자에 집중하려는 모습으로 분석된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케미칼 제품인 질산밸류체인 증설은 철회했으나, 태양광 관련 제품인 EV 시트는 신규 증설하고 한화글로벌에셋을 컨트롤타워로 미국 큐셀 법인들의 지배구조를 변경해 결과적으로 한화솔루션이 앞으로 케미칼이 아니라 태양광 기업으로써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라며 “태양광 산업에 대한 미국의 정책적인 지원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업구조를 태양광 중심으로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태양광 모듈 점유율 1위 사업자인 한화솔루션은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관련 사업 부문인 한화큐셀의 재배치도 시작했다. 현물유상감자를 통해 한화큐셀의 자회사였던 한화큐셀 아메리카를 한화글로벌에셋의 자회사로 변경하는 작업이다. 향후 한화글로벌에셋이 한화큐셀 아메리카 홀딩스와 한화큐셀 아메리카 등 미국 내 법인을 통솔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당사는 명실상부한 신재생에너지 기업”이라며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시장의 확대에 맞춰 석유화학 기술에 기반한 태양광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국내 R&D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해 미래 에너지 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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