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아름 기자]
LG디스플레이(034220)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재무건전성 개선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올해 상반기 적자 전환한 뒤 하반기에도 재고관리에 대한 숙제가 생긴 데다가 조 단위 투자를 지속하면서 재무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LG디스플레이가 주력 중인 올레드(OLED) TV 사업 또한 중국 업체의 추격이 가속화되면서 점유율 및 실적 하락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 LG디스플레이 부채비율은 161.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58.5%를 기록한 지난해 말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전년(175.4%)보다 하락하기는 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지난 2018년 122.9%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LG디스플레이의 순차입금 규모도 올해 상반기 다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8조4632억원이던 순차입금 규모가 올해 상반기 기준 10조4078억원으로 불었다. 이는 지난 201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올 상반기 36.7%를 기록해 지난해 말 33.4%보다 3.3%포인트 증가하며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실적 변동성에 신용등급 리스크까지 확대되면서 회사채 공모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들자 차입금만 늘어나는 모양새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도 LG디스플레이에 대한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재무안전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1일 LG디스플레이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를 유지한 채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예상 대비 큰 폭의 수요 부진으로 이익 변동성이 완화되지 못하고 있고, 중기적인 관점에서 재무안전성에 대한 개선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무 개선을 이끌만한 실적 성장도 더딘 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 영업적자 450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재고자산은 상반기 기준 4조72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4% 증가하며 부담이 늘었다.
최근엔 LG디스플레이가 포트폴리오 재편에 돌입해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하면서 투자 소요가 지속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3년 중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을 완전히 철수하고, 고부가가치 디스플레이인 올레드로 완전히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디스플레이는 6월 국내 공적 수출신용기관 및 글로벌 은행으로부터 지급보증을 받아 10억 달러(약1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 자금을 조달받기로 협약했다. 베트남 법인이 대출을 실행할 예정으로 아직 대출은 실행되기 전으로 회계상 반영되지 않았다.
문제는 기존 캐시카우였던 TV 사업 비중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의 전체 매출 중 TV 사업 매출 비중은 2018년 40%에서 올해 상반기 28.5%까지 떨어졌다. 모니터, 노트북, 태블릿 등의 IT용 패널 매출 규모는 점진적으로 늘고 있지만, BOE 등을 중심으로 중국 업체들의 중소형 올레드 점유율 또한 늘어나고 있어 또 다른 가격경쟁이 재현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그룹의 ‘재무통’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LG디스플레이 이사회에 대거 배치된만큼 재무안정성 기조가 점차 강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CFO(최고재무전문가) 출신인 정호영 대표에 이어 김성현 금융담당 전무를 사내이사, 하범종 LG경영지원부문장 겸 재경팀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올 3월 선임했다.
LG화학(051910) CFO 출신인 정 대표를 주축으로 이사회가 재무통으로 꾸려졌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도 적자가 지속되며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중국 상해 봉쇄로 출하가 지연됐던 북미 고객향 물량이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재료비 등에 대한 원가부담이 완화되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경기침체 현실화로 소비둔화가 예상돼 보수적인 사업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리스크 대비에 앞서 변동성을 축소하고,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