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수정 기자] KB국민은행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LCR(유동성커버리지)이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분기까지 국민은행의 유동성은 타행 대비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3개월 새 홀로 낮아진 것이다. 지난 3개월간 고유동성 자산 확보에 있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지표 하락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LCR을 92%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금융채 발행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4400억원 규모의 금융채를 발행했다. 은행은 해당 채권을 유가증권운용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전날에도 25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국민은행이 연달아 금융채를 통해 자금을 모은 것은 고유동성자산을 쌓기 위함이다.
은행은 대규모 자금인출 요구 등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따른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기 위해 LCR 규제가 도입됐다. LCR은 30일간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간다는 가정 하에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의 비율을 뜻한다. 고유동성자산에는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과 금융채, 예금 등이 포함된다.
올 6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LCR은 91.63%다. 집계 당시 당국의 최저 규제 수준은 85%로, 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을 미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9월까지 90%를 충족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민은행의 현 LCR은 '턱걸이' 수준이다.
당국은 이전 보다 높은 수준의 유동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은행의 지표는 이를 역행했다.
지난 2019년 100%를 웃돌던 LCR은 이듬해 91.53%, 작년 90.52%로 낮아졌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은행도 현금 유출이 늘어난 탓이다. 타행도 마찬가지로 LCR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오히려 작년 말 기준으로 보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국민은행의 유동성이 가장 양호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LCR이 88%까지 떨어졌다.
현재 4대 시중은행 가운데 LCR이 가장 낮은 곳은 국민은행이다. 신한은행은 94.47%까지 끌어올렸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93.19%, 95.91%로 개선했다.
국민은행도 지난 1분기 94.12%로 개선했지만, 3개월 만에 다시 수치가 하락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타행은 전분기 수준을 유지하거나 수치를 올렸다.
고유동성자산 확보 대응력이 희비를 갈랐다.
상반기 국민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51조원으로, 지난 1분기 보다 약 2조원 감소했다. 일정 기간 동안 예치하고 있는 정기 예금 보다 언제든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의 이탈률이 높다. 실제, 상반기 가중치 적용 후 유출된 안정적 예금이 4조원이라면, 불안정 예금은 13조원에 달했다.
2분기 국민은행의 핵심예금은 1분기 대비 0.2% 감소해 사실상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저축성예금보다 요구불예금을 중심으로 확보했단 얘기다.
반면, 지난 2분기 동안 국민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3곳은 정기예금을 늘렸다. 우리은행의 경우 1분기 대비 2분기 정기예금이 9조원 이상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유가증권 운용에 있어서도 타행과 차이를 보였다.
고유동성자산 중에서도 국채나 통화안정증권은 할인율이 0%인 '레벨 1'로 분류된다. LCR을 끌어올리기에 가장 유리한 자산인 셈이다.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국채 매입이 가장 활발한 은행이다. 보유 국채 규모는 31조원으로, 지난 1분기보다 약 3% 늘렸다. 또, 우리은행과 국채를 지난 1분기 보다 10% 늘렸다. 하나은행의 매입 국채는 줄었지만, 0.6% 소폭 감소에 그쳤다. 국민은행도 국채 매입을 7% 늘리며, 고유동성자산 확보에 대응했다. 다만, 금융채 규모를 지난 1분기 보다 3조원 이상 줄이면서 유가증권 규모가 감소했다. 금리 상승 등 조달 비용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7, 8월 두 달간, 지난 2분기 동안 발행한 금융채 보다 훨씬 많은 약 5조2000억원의 금융채를 발행했다. 안정적인 대출 여력을 확보하려면 LCR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연말까지 은행에 요구하는 규제선은 92.5%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적극 펼칠 수 있도록 당국은 LCR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줬다. 완화했던 규제는 지난 7월부터 순차적으로 정상화되고 있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은 이미 연말 규제 수준까지 맞춘 상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분기 대비 LCR이 감소한 이유는 고유동성자산이 2조원 가량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규제 비율을 준수하기 위해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고유동자산을 운용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