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지난해부터 실적 안정화 국면에 돌입한
메디톡스(086900)가 잉여현금을 바탕으로 주가 부양 행보에 나서고 있다. 주요 캐시카우인 톡신 제제와 필러의 매출 성장이 긍정적인 만큼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인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메디톡스 사옥 전경. (사진=메디톡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지난 18일부터 오는 11월15일까지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다. 취득예정 주식수는 총 4만1771주로 매입이 마무리되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59만844주(9.01%)에서 62만6615주(9.56%)로 확대된다.
메디톡스가 자사주를 취득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회사는 이번 취득을 포함해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6월 4회에 걸쳐 자사주를 50억원어치씩 사들였다. 열 달 동안 총 200억원을 매입한 것이다.
자사주 취득은 경영진이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간접적 증거로 해석된다.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면 유통주식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주가하락 방어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겐 긍정적인 시그널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메디톡스의 주가 부양 의지는 안정적인 영업 활동이 재개된 이후 개선된 현금창출력에서 비롯된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9~2020년
대웅제약(069620)과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분쟁으로 인한 막대한 소송 비용 발생, 주력 품목의 무더기 품목허가 취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수년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던 영업이익은 2019년 256억원으로 2014년(500억원)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고, 2020년에는 371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며 결국 적자전환했다. 2019년과 2020년 미국 ITC 소송에 투입된 비용이 포함된 ‘지급수수료’는 총 648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메디톡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법원에 제기한 품목허가 취소 관련 집행정지 청구가 인용되며 분기마다 매출 고성장세가 이어졌다. 기존 주력 품목인 ‘메디톡신’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어톡스’가 대열에 합류했으며 대웅제약과의 소송전 합의에 따른 로열티까지 지급되면서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그 결과 회사는 지난해 34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올해 상반기에는 758억원을 달성했다.
영업현금창출력 개선세가 눈에 띈다. 메디톡스는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8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39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반면 ‘자사주 취득’과 ‘유동성장기차입금 상환’이 포함된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3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는 영업현금창출력이 다소 부진해 재무활동을 통해 현금을 충당했던 전년 동기와 달리 올해는 영업활동에서 남긴 마진으로 자사주를 사거나 빚을 상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좋아지니 잉여현금흐름(FCF)도 덩달아 증가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배당금과 이자 지급 비용, 유·무형자산 취득 총액인 CAPEX(자본적 지출)를 제하면 FCF가 산출된다. FCF는 자사주 활용이나 주주환원 등에 사용되는 재원이 된다. 상반기 회사의 FCF는 2억원이다. 2020년 -162억원으로 떨어졌던 FCF가 3년 만에 양(+)전환된 것이다.
업계는 현금창출력 증가에 따라 재무안정성에 대한 걱정도 한시름 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디톡스의 부채비율은 2020년 별도기준 93.9%로 전년 대비 31.7%p 증가했으나, 올해 상반기 33.0%로 눈에 띄게 줄었다. 같은 기간 1000억원 이상이었던 순차입금도 776억원으로 24.4% 축소됐다.
약 3개월 단위로 자사주를 취득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디톡스는 이후에도 추가 매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추가 매입을 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서 큰 부담은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회사가 매입한 자사주 200억원은 별도기준 이익잉여금 3759억원 대비 5.3%, 현금성자산과 기타유동금융자산 합산의 24.3% 수준이다. 단순 금액은 적지 않지만 현금유동성에 비춰보면 큰 부담은 아니다.
다만 메디톡스의 현금창출력과 자사주 취득 행보와는 별개로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초 14만원대였던 주가는 3차례의 자사주 취득에도 불구하고 12만300원(25일 종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메디톡스의 주가. (사진=네이버 금융)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메디톡스의 자사주가 소각으로 이어져야 주가 상승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가 소각되지 않고 남아 있으면 언제든 시장에 다시 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속 빈 강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사주 취득은 주주환원 차원에서 기존에도 꾸준히 해왔던 것”이라며 “아직 (식약처와 품목허가취소 처분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모든 악재가 해소됐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매출 성장세에 따라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됐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