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관련 법안 통과 등으로 태양광산업 전망이 밝지만 관련업계 1위
한화솔루션(009830)은 올해도 무배당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같은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는 관계사 한화에너지가 지난해 영업손실에도 통 큰 배당을 결정지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화에너지는 공교롭게도 한화 3형제가 지분 100%를 소유한 비상장사로 다수의 업계관계자들은 배당금이 향후 승계 작업의 ‘실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2020년도에 이어 2021년도 결산배당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화에너지는 2021년도 결산배당으로 1주당 370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태양광 관련 한화 계열사인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는 매출·영업이익 등에서 거의 10배나 차이가 나지만 양사의 배당정책은 수익과 반비례해 논란이 됐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사진=한화솔루션)
심지어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235억원이나 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총 501억원의 결산배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양사의 사업보고서 내 배당정책은 모두 공통적으로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회사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투자 및 주주가치 제고, 경영환경 등을 고려하여 배당률을 결정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배당이 가능한 이익잉여금이 지난해 말 기준 5조원 넘게 쌓여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화에너지 배당금이 한화 승계 작업의 실탄이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승현 회장의 아들 삼형제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배당금이 책정됐다는 것이다. 실제 한화솔루션은 ㈜한화의 지분이 36.31%로 가장 많고 50% 이상이 소액주주 지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반해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등이 각각 50%, 25%, 25%씩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한화에너지 배당을 통해 삼형제에게 들어간 돈이 올해와 지난해 각각 501억원으로 2년간 1000억원이 넘는다. 반면, 지난 5년간 한화솔루션 주주들이 받은 배당금 총액은 1229억원으로 불과 200여억원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장남 김동관 사장을 중심으로 오너 3세 경영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되는 한화그룹은 현재 김승연 회장이 22.65%를 보유한 ㈜한화와 김동관 사장이 지분 5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 이중 지주사 체제다. 한화에너지가 지주사가 될 경우 김동관 사장은 이미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승계에 개인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대신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3년여 전부터 ㈜한화의 지분을 매집해왔다. 삼형제 앞으로 모인 배당금은 향후 김승연 회장의 주식 등을 상속이나 증여받을 때 상속세나 증여세 재원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자 한화솔루션의 실적 고공행진에도 배당을 기대하는 주주가 드문 상황이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을 포함한 신재생 에너지 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조3891억원, 영업이익 27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0%, 25.6% 증가한 수준으로 2020년 통합법인 출범 이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도로 통과한 총 7400억 달러(966조4400억원)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도 태양광 사업에는 호재다. 인플레 감축법에는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 생산 업체 등에 600억 달러(79조원) 규모의 세액공제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태양광 업계 1위로 2030년까지 세제 혜택만 2조~7조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플레이션 법안 자체가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깔려 있어 저가 공세에 시달릴 염려도 적다. 이 때문에 IB업계에서는 향후 10년간 태양광업계의 이익 향상을 점치고 있다.
장현구 흥국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은 2010년 태양광 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현재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라며 “이후 중국의 시장 진입과 원가 부담 등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속되고 있는 에너지 및 전력 가격 강세로 인해 신재생 에너지의 필요성과 에너지 안보 대두되면서 동사의 태양광이 수혜를 받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금리인상 및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로 조정되고 있는 유가와 달리, 천연가스는 러시아 중심의 지정학 갈등이 핵심 요인인 만큼 좀처럼 하락 전환의 조짐이 없다”라며 “대부분 국가들이 화석연료 의존 감축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이번 에너지 대란으로 태양광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돼, 앞으로 태양광 업체들의 판가 협상력은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는 지난해 IR 당시 주주들에 연결 기준으로 잉여현금흐름 20%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을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렸다”라며 “내년 배당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라고 답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