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은주성 기자]
SK증권(001510)이 수익성과 건전성에 이상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SK증권은 전체 수익에서 위탁매매부문과 IB(투자은행)부문 비중이 높은데 증시 부진으로 거래대금이 급감하며 올해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IB부문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사업역량 핵심요소인 자본력 확충이 쉽지 않은 데다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올해 상반기에 6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50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줄면서 자기자본 규모가 1조원 미만인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에 영업손실을 내 적자로 전환하면서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SK증권은 전체 수익에서 위탁매매부문과 IB부문의 비중이 크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SK증권의 위탁매매부문 및 IB부문 수익 비중은 80%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실적에 타격을 받았다. 증시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위탁매매부문 수익성 회복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SK증권은 IB부문 사업을 확대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말 IB조직의 효율적 운영 및 사업역량 강화를 위해 IB총괄을 신설하고 기업금융사업부, 구조화사업부, 대체투자사업부 등을 지휘하도록 했다. IB총괄 자리는 SK증권에서 IB부문장, 리테일사업부 대표 등을 지낸 박태형 사장에게 맡겼다. 이는 약 6년 만에 이뤄진 조직개편이었다. 올해에는 미래에셋증권에서 기업금융본부를 맡았던 김형종 본부장을 영입하면서 외부인재 확보에도 나섰다.
하지만 상반기까지 IB부문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SK증권은 올해 2분기 IB부문에서 169억원의 당기손익을 거둬 앞선 1분기(89억원)보다 개선된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반기 기준 IB부문 당기손익은 25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6% 감소한 수준에 그쳤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030210) 등 여러 증권사들이 상반기 IB부문에서 견조한 실적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자본력 확충이 지지부진한 점도 IB부문 사업을 적극 확대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본력은 IB부문 사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다. 대형증권사 뿐만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들도 자본을 적극적으로 확충하면서 IB부문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SK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2019년 5676억원, 2020년 5708억원, 2021년 5908억원으로 큰 변화가 없다. 2019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SK증권의 자기자본 증가율은 8.2%로 자기자본 1조원 미만인 중소형 증권사 평균(46.8%)을 크게 밑돈다. 사모펀드가 대주주라 외부자금 수혈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많은 수익을 거둬 자체적으로 자본규모를 늘려야 하지만 수익성이 약화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SK증권)
자본력이 제자리에 머무르는 가운데 수익성 개선을 위해 IB사업, 지분투자 등을 확대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SK증권은 부동산PF 채무보증을 확대하고 트리니티자산운용, MS저축은행 등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수익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발채무는 2019년 2628억원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3634억원으로, 총위험액은 1540억원에서 2627억원으로 늘었다. 조정순자본비율은 2018년 391.7%에서 2021년 254%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되는 데다 재무건전성 우려까지 커지면서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5월 SK증권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은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IBK투자증권과 BNK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003530) 등 다수 중소형증권사들의 등급전망이 상향된 반면 SK증권만 등급전망이 낮아져 희비가 엇갈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증권을 놓고 자본력이 증권업 사업역량에 핵심적인 요소임을 고려하면 시장지위 개선을 위해 수익성 회복, 이익 내부유보 및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SK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본확충계획 관련해서 다양한 방면으로 검토 중이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