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수정 기자]
카카오뱅크(323410)가 IPO(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금 사용처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상장시 공모자금 사용 계획과 자금집행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최소 100억원 이상을 R&D(연구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1년간 실제 R&D에 쓰인 공모 자금은 4분의 1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상장 이후 지금까지 금융기술 R&D에 쓰인 공모자금은 22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8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공모를 통해 약 2조16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를 활용해 향후 3년간 금융기술 R&D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적시됐다.
증권신고서에는 2021년 100억원, 2022년 400억원, 2023년 500억원 등 3년간 집행할 공모 자금 사용 계획이 명시됐다. 이를 토대로 하면 현재까지 최소 100억원 이상 R&D에 집행돼야 하지만, 실제 쓰인 금액은 계획에 한참 못 미쳤다.
(사진=카카오뱅크)
공모 금액을 소진하지 않고 보유 현금만으로 R&D에 투자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측도 "공모 자금 사용 내역일 뿐 전체 연구개발에 지출된 금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금흐름표상 무형자산 취득 내역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얼마를 썼는지 확인한 결과, 작년 한 해 69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이는 전년(43억원) 대비 60% 증가한 수치다. 작년 케이뱅크의 무형자산 취득액이 100% 이상 뛰어, 오히려 IPO를 추진하지 않은 경쟁 은행이 더 많은 투자를 했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뱅크는 작년 한해와 맞먹는 64억원을 무형자산 취득에 사용하며 뒤늦게 투자에 가속도를 붙였다.
오프라인 지점을 거점으로 하는 시중 은행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영업 행위가 비대면 플랫폼에서 이뤄진다. IPO 당시 R&D 투자를 언급했던 것도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금융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판단해서다. 카카오뱅크는 업계 최초로 금융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은행 측은 "외부 핀테크 기업, 연구기관 등과 기술 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인증 기술과 자연어 처리 인식 기술 등 보안 기술도 고도화했다"라고 설명했다.
공모 자금을 통한 R&D 투자 속도가 더뎠던 이유는 '예상치 못한 자금 수요' 때문이다. 용도별 자금 지출 시기는 사업 환경에 따라 불가피하게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늘어나는 위험가중자산에 따라 자본 적정성 확보가 필요해지자 공모 자금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의 권고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 성과를 올려야 하는 만큼, 자본 확충 필요성은 확대되는 상황이다.
작년 카카오뱅크는 영업수익 1조649억원, 당기순이익 204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신규 고객 확보와 대출 확대 등에 힘입어 이자 수익을 끌어올렸다. 폭발적인 여신 성장은 은행 건전성을 해치는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이어졌다. 카카오뱅크 위험가중자산 규모는 2019년 12조2868억원, 2020년 14조695억원, 2021년 15조6469억원으로 매년 두자릿 수 신장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은 당국의 주문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려야 한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연체 위험이 큰 만큼, 은행 건전성이 취약해질 수 있어 이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 카카오뱅크는 당국에 2023년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에 맞추겠다 약속했다. 10% 안팎이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현재 2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 출시 등으로 자본 적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 자본 확충을 위해 빠르게 공모 자금을 소진했다.
현재까지 카카오뱅크가 자본비율 개선 등 운영자금 용도로 쓴 공모 자금은 1조9637억원이다. 여기에는 인력 확보나 금융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한 비용도 포함되지만, 대체로 자본 확충에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해당 용도로 확보해 둔 자금이 2조1788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자본 확충을 위해 쓸 수 있는 공모 자금은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상반기 기준 최대 영업수익을 달성해 해당 수익 내에서 우수 인력 확보,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금융기술 R&D 등에 필요 비용을 조달하고 있다"라며 "조달한 공모 자금 중 사용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금액은 국고채권, 국민주택채권 등 국가 및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에서 발행하는 채권으로 운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