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ENG, IPO 성공 위해 수주 사활…일반 건축 사업 수주 이끌어
국내 정비사업 수주 1조 미달 10위권…해외수주도 전년보다 소폭 하락
수주 여건 개선되는 해외사업 집중할 듯…원자재 리스크는 여전히 숙제
내부 자료 기준 상반기 수주 확대…일반 건축 수주 늘면서 성장
공개 2022-08-22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8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기업공개(IPO) 재추진을 위해 기업 가치 제고가 절실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주요 사업인 도시정비사업과 해외사업에서 수주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 건축 사업에서 수주 확대를 이어가면서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반적인 수주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해외에서 수주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사업에서 6170억원(서울 오류동 현대연립 재건축, 대전 도마 변동4구역 재개발, 양산 복지아파트 재건축 등 총 3건)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건의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해 1조296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40.1% 하락한 수치다.
 
특히 올해 상반기 대형 건설사 6곳이 이미 1조원 넘는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한 것과 비교된다. 현대건설(000720) 6조9544억원, GS건설(006360) 3조2107억원, 롯데건설 2조7406억원, 포스코건설 1조5558억원, 대우건설(047040) 1조3222억원, DL이앤씨(375500) 1조2543억원 등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기준 10위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기대가 실렸던 해외사업 수주도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 기준 올해 15억4374만달러의 해외수주액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16억676만달러) 대비 3.9% 감소하며 소폭 줄어든 수치다. 실제 반기보고서에 나온 해외사업 수주잔고도 지난해 말 11조52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조7476억원까지 줄어든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올해 해외수주 주요 내역을 살펴보면 인도네시아 롯데 뉴 에틸렌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7억5946만달러), 폴란드 SK넥실리스 동박공장(2억6751만달러), 미국 조지아 트랜시스 변속기공장 신축공사(7300만달러) 등이 있다.
 
이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R 공개 자료에 따르면 일반 건축 사업을 중심으로 수주가 크게 확대되면서 내부 자료 기준으로 전체 수주액은 지난해 상반기 6조7842억원에서 8조220억원으로 1조2378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금리상승기라는 점에서 시행사들이 신용등급이 우수하고 부채비율 낮은 건설사를 많이 찾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IPO 재추진을 위해 '몸집 불리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향후 일반 건축 사업 중심으로 수주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수주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해외사업에서도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가 상황 속에서 중동 산유국들이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재개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한 예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친환경 스마트 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인 5000억달러(65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준공한 '우즈베키스탄 GTL 플랜트' 전경. (사진=현대엔지니어링)
 
또한 천연가스가 풍부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GTL(Gas To Liquid) 플랜트 개발이 검토되고 있다는 점도 현대엔지니어링에게는 호재다. GTL 플랜트란 천연가스를 가공해 디젤, 케로젠, 나프타 등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플랜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최초의 GTL 플랜트를 성공적으로 준공하면서 관련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해당 분야에서 추가 수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에 더해 정부의 해외수주 지원 약속도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 10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선호 해외건설협회 회장은 '해외건설기업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을 열어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등 국내 건설사 CEO들을 만나, 민간·공기업·정부가 참여하는 '팀코리아' 진출을 확대하고 정부 간 협력 강화, 고위급 외교를 통해 수주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는 해결해야 될 숙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상반기(연결 기준) 매출 4조1226억원, 영업이익 902억원을 기록하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7.1% 감소했다. 이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율 상승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 원가율은 88.1%였지만, 올해 상반기 93.2%로 뛰었다. 주요 원재료 가격이 모두 오른 영향이다. 철근 가격은 지난해 말 톤당 99만8000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111만6000원까지 올랐다. 레미콘 가격도 ㎥당 6만8000원에서 7만4000원으로 뛰었고, 시멘트 가격 또한 톤당 6만80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상승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해외 대형 프로젝트의 매출 본격화 및 건축 부문의 매출 증가가 이뤄지면서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늘었다"라며 "상반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현장 원가 상승때문에 수익성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신규 수주, 수주 잔고가 늘어나고 있어 성장성 부문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이 증가세를 보임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 실적 또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관련 리스크가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으로, 코로나19로 발생한 글로벌 물류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겹치면서 발생한 만큼 가격 안정 시기를 전망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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