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신약개발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083790)가 자금 애로를 겪고 있다.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가 소액주주들의 소송으로 취소되는가 하면 지속되는 손실 기조 속 전환사채(CB) 상환도 나타나고 있다. 영업현금창출력 악화로 현금 곳간이 말라가는 가운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으로 인한 자금 유출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자본 확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사옥. (사진=크리스탈지노믹스)
이 CB는 지난 2019년 전환청구권 효력이 시작됐다. 그러나 현재는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전환가액이 최초 발행 당시보다 절반가량으로 떨어진 이후 전환권 가치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잇따른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에도 CB의 전환가액은 주당 9510원으로 12일 종가(4050원)와의 괴리율은 130%를 넘고 있다. 이번 풋옵션을 행사한 CB 투자자는 손실을 감수하며 주식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어 원금만 찾아간 셈이다. CB에 남아있는 잔액은 약 75억원(78만3912주)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CB의 조기상환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도 차질을 빚고 있다. 연이은 유상증자로 인해 최대주주인 조중명 대표이사의 지분이 한 자리대까지 떨어지면서 소액주주들이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리스탈지노믹스 소액주주들(이은대 외 20명)은 지난 2일 회사에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해당 유상증자는 현 2대주주인
금호에이치티(214330)를 대상으로 57억원 규모의 신주를 주당 3805원에 발행하는 것이었다. 이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금호에이치티의 보유 주식은 510만주로 늘어나면서 지분율이 기존 5.2%에서 7.2%로 높아지게 된다. 반면 조중명 대표의 지분은 8.16%에서 7.99%로 내려가며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지분 차이가 1% 미만으로 좁혀진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20일에도 2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무효로 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유상증자는 주당 5020원에 상환전환우선주 438만2470주를 발행하는 것으로 대상자는 ‘현대투자파트너스 에스앤에이치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다. 신주는 지난달 이미 상장이 완료됐기 때문에 만약 회사가 소송에서 승소하지 못하면 발행주식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주주들이 회사의 유상증자에 반발하는 이유는 신주 발행에 따른 주식 가치 희석 때문이다. 회사는 지난 2020년 38억원, 152억원 규모의 주식을 배정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20년 회사의 주가 최고치는 1만2838원(8월28일 종가)이다. 2년 사이 260% 이상 떨어진 셈이다.
이와는 별개로 크리스탈지노믹스의 현금 곳간은 갈수록 비어가고 있어 외부로부터의 자금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탓이다. 회사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현금흐름 동향을 살펴보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 2019년 –71억원, 2020년 –164억원, 2021년 –115억원으로 손실 기조를 이어왔으며, 올해 2분기까지 –79억원을 나타냈다. 반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019년 5억원, 2020년 457억원, 2021년 8억원으로 줄곧 플러스(+) 상태였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 부진을 단기차입금 차입 등 재무활동으로 대응해온 것이다.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잉여현금흐름(FCF)은 2019년 –42억원, 2020년 –56억원, 2021년 205억원, 올해 1분기 -23억원으로 마이너스(-)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FCF가 마이너스면 외부자금 조달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된다.
5년 전 1500억원대였던 크리스탈지노믹스의 현금성자산은 올해 2분기 45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현금성자산이 총차입금을 상회하고 있지만, 2018년 1199억원이었던 순현금은 3월 105억원으로 대부분 소진됐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CB 투자자들의 상환 청구는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으며, 풋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잔여 상환 규모가 회사의 연구개발 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라며 "유상증자의 소송 제기에 관해서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적극 대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