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국내 주요 이차전지·소재 기업들이 올해 2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전기차 판매량 증가와 원재료 가격의 판매단가 반영 수준 등이 반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익 규모는 증가했지만, 투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 가능 여부가 주목된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주요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 변화의 배경으로는 우선 '전기차 판매량 증가'를 들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429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62.7% 증가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특히 중국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1.1% 증가했으며, 북미 시장도 58.8% 증가했다.
중국은 전기차·이차전지 산업 확대 및 경제 활성화 등의 목적으로 정책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0년 폐지 예정이었던 보조금 정책은 코로나19 이후 2022년까지로 연장됐으며, 최근에는 2023년까지 보조금 정책을 연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제공됐던 구매세 감면 혜택도 연장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도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하에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에 대한 내연기관 연비 규제 수준 및 벌금 상향, 충전 인프라 확대 등이 진행 중이며 최근에는 전기차 구매에 대한 보조금 정책이 담긴 법안을 추진 중이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다음으로 '원재료 가격의 판매단가 반영 수준'도 실적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차전지 업체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분기까지는 과거 시세를 감안해 판가를 조정하더라도 원재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수익성 개선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지난 2분기 원재료 가격은 리튬을 제외하면 고점 대비 상당 부분 하락했다. 또한 주요 기업들은 고객사와 지속 협의를 통해 판가가 연동되는 물량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까지의 원재료 상승분은 2분기 판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반기에는 국내 업체들의 주력 시장인 북미·유럽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 확대와 더불어 시장 지위 기반의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이 기대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 경기 침체로 인한 판매량 감소 등 리스크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이차전지·소재 기업들의 자본적 지출(CAPEX) 부담이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차전지는 성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설비 확대가 지속적으로 수반되는 데다가, 해외 고객사별 거점 대응을 위한 현지화가 필요하며, 원재료 가격 통제를 위해 업스트림 투자까지도 요구되는 산업이다. 자동차부품의 성격을 갖고 있어 마진율은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제한적인 이익 규모를 바탕으로 높은 투자비를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국내 이차전지·소재 업체들도 현 수준의 시장 지위를 유지 또는 강화하기 위한 투자 계획들을 발표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매년 조 단위에 이른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이차전지 산업은 이익 규모의 증가세 대비 CAPEX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재무 안정성의 관리가 중요하다"라며 "이차전지 관련 업체들의 이익 창출 규모와 투자 확대 추이, 관련 자금 조달 방안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