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업계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진에어(272450)가 4분기 나홀로 돋보이는 실적을 낼 전망이다. 국제선 선택과 집중으로 LCC항공사 중 국제 여객 운송 1위를 기록한 데다, 든든한 모회사인 대한항공의 영향으로 재무구조도 든든해서다. 업계에서는 진에어가 적자경영이 지속되는 LCC 경쟁사들과 실적 격차를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9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진에어 국제선 매출이 2764억원으로 전년 대비 2026% 폭증하며 4분기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으로 LCC 통합이 진행되면 올 3분기 흑자전환도 가능하다는 예측이다.
B737-800 항공기.(사진=진에어)
채윤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진에어는 연간 기준 매출액 5514억원에 영업손실 974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점진적으로 국제선이 정상화됨에 따라 영업실적은 올해 4분기부터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IBK투자증권은 진에어 국제여객 매출액이 올해 3분기 720억원에서 4분기 148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국제여객 매출액인 3분기 50억원과 4분기 30억원에 비하면 각각 14.4배, 49.3배 증가한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 감소에 전 세계적으로 방역 정책이 완화되며 5월부터 국제선이 증편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LCC 주요 3사인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은 국제선 매출 비중이 전체 80% 수준에 달했다. 최근 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한국인이 많이 찾는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LCC 노선 회복과 함께 국제여객 매출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실제 국제 항공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 간 국제선 2만4640편이 승객 464만7162명을 실어날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5.5%와 1768.9%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6월(운행편 4만1693편, 승객수 777만4115명)과 비교하면 각각 59.0%와 59.7% 수준으로 아직도 상승 여지가 높다.
6월 국제선 여객 중 진에어는 3759편에서 승객 63만7424명을 태워 주요 LCC항공사 국제 여객 운송 1위를 기록했다. 평균 탑승률은 89%로 제주항공(94%)이나 티웨이항공(91%) 보다 다소 효율이 떨어지나 운항편이 적게는 290회, 많게는 1238회까지 차이가 날 정도로 월등해 국제 여객 운송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진에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갈 수 있는 노선이 한정돼 있어 자연스럽게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도 “LCC항공사 노선은 대개 동남아시아 쪽 레저에 집중돼 있으나 (여행객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탑승객이 많았다면 (타 회사보다) 항공운항이 많았거나 비용 관리 측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조건부 승인도 진에어에는 호재다. 양지환·이지니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부터 영업이익 흑자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라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지분을 인수해 제주항공을 뛰어넘는 최대 LCC로 재탄생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통합 LCC는 올해 6월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된 진에어를 중심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통합 LCC 출범 시 약 57대의 항공기가 등록돼
제주항공(089590)(39대 보유)을 넘어 동북아 최대 LCC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산에서 출발하는 에어부산과 겹치는 노선이 적어 통합이 바로 시너지로 연결될 전망이다.
진에어는 현재 B777-200ER(4대), B737-800(19대), B737-900(2대), B737-Max(1대) 등 총 26대의 항공기를 대한항공에 리스해 운영 중이다. 대한항공 계열사인 만큼 국제선 운영이 정상화되면 빠르게 더 많은 항공기 도입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지닌 대한항공을 대주주로 둔 점도 타 LCC항공사 보다 한발 먼저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지난 6월13일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보유했던 진에어 지분 54.91%를 6048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진에어 부채비율은 300%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반해 올해 1분기 기준 LCC 상장사 부채비율은 ▲제주항공 920% ▲에어부산 1432% ▲티웨이항공 8470% 등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병근 흥국증권 연구원은 “진에어는 대한항공과 같은 계열사로 대한항공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라며 “통합 LCC 출범 과정이 동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대주주의 지원여력도 충분하며 타사 대비 자본잠식에 대한 리스크가 적다”라고 판단했다.
물론 리스크도 아직 상존해 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고환율, 고유가 흐름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7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만5507명으로 6일째 10만명을 기록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두번이나 확진되고 미국 일일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을 정도로 해외도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항공업계가 다시 하늘길이 막힐까 노심초사하는 이유다.
국내 항공사들은 항공기 대여료(리스비)와 유류비를 달러로 지불하는 만큼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진에어는 항공기를 모두 대한항공에 리스해 운영하고 있는 만큼 리스비에 따른 직접적인 손해는 피할 수 있으나, 고정비의 20~30%에 달하는 유류비는 부담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석유 공급망이 무너지며 6월 한때 서부텍사스유(WTI)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았을 정도였다.
국제선 유류할증료에 적용되는 싱가포르 항공유도 국제 유가와 연동해 고공행진했다. 싱가포르 항공유는 갤런당 평균 120센트(약 1560원) 이상일 때 부과되는데, 7월 한때 갤런당 364센트(약 4730원)까지 올랐다. 사정이 이렇자 티켓값의 65% 수준까지 유류할증료가 인상돼 소비자 사이에서 “티켓값이 너무 높다”라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경기침체 위기에 지난 4일 WTI가 배럴당 88.54달러로 떨어지며 항공업계는 한시름 놓게 됐다. 국제 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며 항공유 고공행진도 잠잠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투자은행(IB)·항공·여행업계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 고비만 넘기면 항공업계의 빠른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유가가 떨어지는 추세이고 진에어는 대한항공이라는 든든한 뒷배경이 있어 다른 LCC항공사와 차별점이 분명히 있다”라며 “4분기는 항공업계 비수기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종식되면 여행 수요 회복으로 충분히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