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두 번째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이뮨메드가 상장철회를 결정하며 추가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해졌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비롯한 주요 임상 파이프라인이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현금 보유량이 부족해 임상비용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이뮨메드는 추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기술이전(L/O) 등으로 몸값을 키워 다시 IPO에 도전할 계획이지만 통화 긴축 국면 속에 유동성이 마르면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만 나온다. 당분간 IPO를 기약하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뮨메드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진=이뮨메드)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뮨메드는 지난 27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이는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지 8개월 만이다.
이로써 이뮨메드의 코스닥 진출 도전은 삼수로 넘어가게 됐다. 회사는 바이러스 억제물질(VSF) 기반의 항체치료제 개발기업이다. 자사의 후보물질 hzVSF를 지난 2016년부터 인플루엔자·B형간염 치료제로 개발해 왔으나, 2020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파이프라인을 확장했다. 당시 이뮨메드는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기술성평가를 받았지만, 각각 BBB, BB등급을 받으면서 고배를 마셨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초기 단계였던 영향이다.
이후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국내외 임상2상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러시아와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2상이 마무리됐고, 3상에 앞선 프로토콜도 마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3상이 진행 중이다.
이뮨메드의 파이프라인 현황. (사진=이뮨메드)
이 같은 상황에서 IPO를 통한 자금조달이 미뤄진 만큼 추가적인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뮨메드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66억원에 자기자본 –148억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3상에 접어든 코로나19 치료제 임상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은 4억원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 대비 69.2% 감소한 수준이다. 아울러 순손실 누적으로 인해 결손금은 1년 만에 260억원가량 불어났다. 870억원 수준인 결손금의 경우 상장 준비를 본격화했던 2018년(289억원)보다 201% 증가한 상황이다.
현금성자산 축소는 각종 비용이 늘어난 가운데 현금흐름은 약화된 여파로 분석된다. 이뮨메드의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0억원으로 전년 동기(-39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투자활동현금흐름 또한 -22억원에서 -97억원으로 악화됐다. 영업, 투자에서 발생한 현금 유출은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등 재무활동으로 충당한 모양새다. 같은 기간 재무활동현금흐름은 33억원에서 161억원으로 늘었다.
이뮨메드는 내부 논의를 거쳐 증시 입성에 다시 나설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당초 코로나19 임상과 함께 IPO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3상이 지연되면서 철회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다시 재도전을 하겠지만 현재 구체적인 계획이 짜여 있진 않고, 향후 내부 및 투자자들과의 논의 과정을 거쳐 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침체된 공모시장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어 섣불리 IPO 재추진을 감행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빠르게 상장할지, 상황이 개선되길 무기한 기다릴지 셈법이 복잡해졌다.
한편 이뮨메드는 서울대 의대 출신 김윤원 한림대 미생물학과 교수가 2000년 창업했다. 김 교수는 에이즈 항바이러스 치료 물질 ‘VSF(virus suppressing factor)’를 수십년 이상 연구해 온 전문가다. 주요 주주는 지분 36.88%를 보유한 김 교수를 비롯해 김선미(5.28%),
마크로젠(038290)(4.23%) 등이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