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공포가 우리 경제를 덮쳤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찾아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금리와 환율마저 치솟으면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닥칠 위기가 엄습했다. 물가는 오르고 채용은 줄고 경제 불황이 깊어지면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고 기업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터널을 벗어나 회복에 나서는 듯했던 우리 기업들의 성장세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창간 3주년을 맞아 경제빙하기 속 국내 기업들의 현주소와 전망을 담은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금융·산업계가 맞닥뜨린 상황과 위기를 타개할 해법 등을 5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훨씬 더 어려워졌고, 기 대출에 대한 이자 비용도 늘어나면서 수익성 악화도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자금 조달을 늘린 대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졌고, 상대적으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은 당장 구조조정 및 부도위기에 직면했다. 기업들의 경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계기업(좀비기업)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리 인상기 도래…기업 잠재 리스크 가중
7년간 이어진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금리 인상기가 시작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13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연 2.25%로 인상했다. 한은은 지난 1950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한 번에 금리를 0.50%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한·미 양국의 금리 격차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자 올해 4·5·7월(0.25%p씩 인상)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는 등 강경책을 쓰고 있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금 조달을 확대해왔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발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자 원자재 가격 상승, 생산 중단 등의 사태가 초래됐다. 대기업들은 차입을 늘려 유동성을 확보해 긴축경영에 나섰고,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제조업·서비스업을 비롯해 영세한 기업들은 운영자금을 대출받아 생명력을 연장했다.
실제 대기업들의 차입 규모는 확대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변화를 분석한 결과, 100대 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2019년 말 대비 9.7%(23조7000억 원) 증가했다. 중소기업들의 잠재 리스크는 더 크다. 정부는 팬데믹이 장기화되자 2020년 4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각종 대출 지원에 나섰다. 해당 금융지원 규모는 약 1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이 기업들은 이자비용 부담이 없지만, 올해 9월말 정부 지원이 종료되면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이자 비용 증가에…한계기업 속출 우려
업계에선 한계기업이 잇따라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EBITDA/이자비용) 1 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 이자조차 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매출 규모, 신용등급 측면에서 주식·채권 발행이 쉽지 않아 금융권 담보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높아진 이자 비용 부담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싱크탱크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의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5%p 인상할 경우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 규모는 약 3조9000억원 증가한다. 빅스텝 이후에는 대출이자가 대기업 1조1000억원, 중소기업은 2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벌써부터 한계기업의 비중은 확대되는 추세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7.4%, 중소기업 25.3%가 한계기업으로 나타났다. 상장기업 중 한계기업의 비율은 14.8%로 2017년(12.6%)보다 2.2%p 증가했다. 2017년만 해도 상장기업 2035곳 중 한계기업은 257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한계기업은 전체 상장기업 2052곳 중 304곳으로 늘었다.
저비용항공사 부담 커져…대책 없나?
제주항공 항공기(사진=제주항공)
금리 인상의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업종은 항공사가될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 산업은 운용·금융리스 영향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대형 항공사의 경우 화물 운송 등의 매출 확대로 수익성을 방어했지만, 저비용항공사(LCC)는 상황이 다르다. 여행객이 감소하며 경영난에 빠진 상황에서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영구채 발행 등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외노선 재개 계획을 밝히던 와중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65억원의 이자비용을 지출했다. 하지만 한국은행 이달 인상한 금리(0.50%p)를 반영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만 해도 추가로 약 4억원의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연간 영업적자·순손실을 내고있는 제주항공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구조조정에 나섰고, 국내에서도
SK(034730)가
SK하이닉스(000660)의 충북 청주공장 증설 일정을 보류하는 등 긴축경영에 재돌입했다”며 “원자재 공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소비자의 소비가 둔화될 경우 중소기업들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구조조정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거나,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계기업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