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아름 기자] 국내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면서 법무법인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기업 M&A팀은 조(兆) 단위의 대형 M&A를 잇따라 성사시키며 활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8조원), 삼성·
한화(000880) 빅딜(2조원)을 비롯한 여러 메가딜을 수행했다.
김방현 변호사는 태평양의 M&A 팀에서 M&A, 인수 금융, 해외투자에 대한 자문 및 외환 거래·파생상품 관련 분쟁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SK텔레콤(017670)의
SK하이닉스(000660) 인수 관련 자문 ▲
카카오(035720), 카카오커머스, 카카오IX의 분할합병 관련 자문 ▲
LG화학(051910)의 LCD용 편광판 사업 매각 관련 자문 ▲카카오모빌리티의 칼라일 구글에 대한 신주 발행 자문 등의 굵직한 사건을 도맡은 실력자로 꼽힌다.
최근 복합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M&A 시장도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특히 IT(정보기술)·게임 업계는 펜데믹 호황이 끝나자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난관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방현 변호사를 만나 국내 M&A 시장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방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태평양)
다음은 김방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소개해달라.
△통상적인 법률자문, 기업 대상 M&A 자문 업무를 맡고 있다. 이 외에 비중은 작지만, 국내 기업의 경영권 분쟁과 (기업 간) 소송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2009년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M&A 법률자문을 맡았고, 올해로 14년 차다.
-실제 진행한 법률자문·소송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은?
△지난해 진행한 두나무-
하이브(352820) 상호투자 및 합작법인 설립 건이 기억에 남는다. 주식 수합과 합작법인에 대한 법률 검토를 한 번에 진행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 상장사인 하이브의 경우 파악해야 할 각종 이슈도 많고, 거래량이 많아 주식 수합이 까다로웠다. 계약 체결까지 한 달에 불과한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며 일했다. NFT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개념 파악에도 애를 먹었다. 의뢰인인 두나무 측에서 NFT에 대한 강의를 듣고 새로운 비즈니스 세계를 접한 계기가 됐다.
-올해 진행한(진행 중인) 국내 M&A 관련 자문 성과가 있다면.
-기업 M&A·투자 자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두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 번째는 철저한 사전 검토·분석이다. 딜이 본격화되기 전, M&A 거래구조와 계약 방향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사전 검토를 게을리하면 끝나가는 거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아예 무산시킬 수도 있다. 현물출자 등 복잡한 거래구조는 물론, 정부규제 등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두 번째는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기업 간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파악하고, 협상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단순히 법률적인 관점에서만 볼 게 아니라 의뢰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이 어렵더라도 해결점을 찾고, 의뢰인과 소통하는 것 또한 M&A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이다.
김방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태평양)
-올해 국내외 M&A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진단·전망하나?
△하반기까지는 이미 론칭된 M&A 딜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 거시경제가 급변하고 있어 내년부터는 M&A 시장 또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IMF 사태, 금융위기 등의 사례를 되짚어봤을 때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경제 위기에 대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IPO(기업공개)에 대한 대안으로 외부 투자 유치를 진행할 것이다. 자연스레 SI(전략적투자자)보다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나 FI(재무적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IT 및 게임 산업 분야의 M&A 시장 전망은?
△현재 한국의 IT 및 게임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기업이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선택하는 대안을 M&A다. 향후에도 IT 및 게임 산업체들은 한국 경제의 성장과 맞물려 외형 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다만 정부의 규제 및 ESG 경영을 통한 고객 신뢰 확보 등의 문제는 시장에서 성장 여부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후배 변호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기업 M&A 법률자문을 수행하려면 산업계 동향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연차가 낮을 때부터 업계 사람들을 만나고,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 보완해야 할 점 등을 틈틈이 파악해야 한다. 업무가 바쁘다고 해서 지난 케이스를 소홀히 해서도 안된다. 선배 변호사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것, 실수했던 점 등을 정리해 자신만의 오답노트를 작성해야 한다. 처음부터 이런 습관을 들여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실력을 쌓을 수 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