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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시간과 감사품질
공개 2022-07-22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9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학생이 공부시간을 늘리면 성적이 오를까?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그렇다. 반대로 공부시간을 줄이면 성적이 내려갈까? 이 역시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성적을 올리려면 일단 공부량을 늘리고 효과적인 공부가 되도록 공부방법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이와 유사한 일이 회계감사에도 일어나고 있다.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인회계사가 일단 감사시간을 늘리고 효과적인 회계감사가 되도록 감사방법에도 신경 써야 한다. 그동안 학계에서 이루어진 선행연구들도 감사 시간이 증가하면 감사품질이 좋아진다는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표준감사시간은 “감사인이 회계감사기준을 충실히 준수하고 적정한 감사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감사시간”으로서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한 시간이다. 표준감사시간의 제정으로 감사시간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감사품질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문제는 감사시간의 증가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점이다. 학생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시간을 늘린다는 것은 그만큼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감사품질이 좋아지기 위해 감사시간을 늘리면 공인회계사가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하고, 기업의 부담도 증가한다. 
 
감사시간이 모두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투입하는 10시간과 평소에 공부를 안 하던 학생이 투입하는 10시간이 가져오는 효과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표준감사시간을 산정할 때도 이를 고려하고 있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후 2년이 안 된 수습회계사들은 0.4의 가중치를 주고, 실무수습 후 경력기간 2년 이상인 회계사는 1의 가중치, 경력기간이 15년 이상인 회계사는 1.2의 가중치를 주는 등 감사시간의 질을 고려하고 있다. 물론 이 가중치가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이 존재할 수 있으나, 금융감독원이 감사인지정 점수 산정 시 오랫동안 이용해온 가중치이므로 그대로 이용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가중치를 따로 만들어 이용하면 새로운 논란만 키울 것이다. 
 
문제는 감사시간의 증가로 인한 기업부담의 증가다.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 의하면 외부감사대상법인의 평균감사보수는 2017년 2,900만 원에서 2020년 4,630만 원으로 3년 만에 약 60% 증가하였다.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2017년 78,000원에서 2020년 98,000원으로 약 26% 증가하였다. 따라서 총감사보수의 증가는 시간당 감사보수의 증가보다는 감사시간의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더구나 2006년의 시간당 감사보수가 97,000원인데 2020년이 98,000원으로 거의 변화가 없으며,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시간당 감사보수가 30% 인상되어야 2006년과 비슷해진다. 따라서 총감사보수의 증가는 감사시간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공부량을 늘리는 것이 우선인 것처럼 높은 감사품질을 위해서는 감사시간을 늘려야 하는 것은 맞다. 다만, 기업의 부담이 심해지지 않도록 개별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표준감사시간제도의 융통성있는 운용과 공인회계사의 노력도 필요하다. 기업도 과거의 감사시간이 지나치게 낮았으므로 최근에 증가하는 감사시간이 불가피함을 이해해야 한다. 감사시간의 증가와 이로 인한 감사보수의 증가 때문에 발생하는 기업의 부담은 이해하지만, 감사시간 증가 자체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 불필요한 감사시간의 증가가 없는가에 대한 관심은 필요하지만 감사시간 증가 자체가 문제인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신외부감사법에 대한 최근의 논란을 지켜보면서 기업과 감사인의 상호 이해를 위한 노력이 절실함을 느낀다. 깐깐해진 감사는 향후 있을 수 있는 감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므로 감독당국 역할의 중요성도 새삼 느낀다. 그 과정에서 감사품질 향상으로 직접적인 이익을 보는 주주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관심도 필요하다. 감사품질 하락 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것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감사나 감사위원회 위원, 신용평가사 등의 관심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서로의 이해와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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